그래핀 위에 인간 역분화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세포 배양법의 한계였던 감염 위험성 없이 저렴하게 임상등급에 사용할 줄기세포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 재생의학 임상치료에 ‘안전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생명과학부 김정범 교수(막스플랑크 파트너그룹장, 한스쉘러줄기세포연구센터장)가 이끈 연구진이 그래핀을 이용해 지지세포 없이(Feeder-free) 인간 역분화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부의 권순용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배아줄기세포나 역분화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전분화능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는 재생의학 분야에서 꼭 필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전하게 임상에 쓸 수 있는 전분화능줄기세포 배양법은 나오지 않았다. 동물 유래물질로 인한 감염 위험 때문이다.
기존 배양법에서는 줄기세포가 분화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동물에서 유래한 ‘지지세포(Feeder cell)’나 ‘세포 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을 반드시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동물에서 얻은 물질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임상에 적용할 때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이종‧동종 동물유래 병원균 감염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성고분자 지지체’가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비용이 비싸고 특별히 제작된 고가의 Feeder-free용 배지를 사용해야하며 세포배양 시 분해되는 단점이 있어 장기간 배양이 어려웠다.
김정범 교수팀은 그래핀 기반의 지지체에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 그래핀 표면에 나노 단위의 마루(Ridge)가 생기도록 합성하고 친수성을 띠도록 제작함으로써 세포 부착과 성장에 좋은 여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제1저자로 참여한 이현아, 남동규 UNIST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그래핀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형성되므로 세포가 잘 부착할 수 있는 지지체가 확보된다”며 “물을 잘 함유할 수 있는 성질도 갖게 돼 세포 배양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평면 형태의 얇은 막 구조를 이룬 나노물질이다. 이 물질의 생리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세포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세포 지지체로 응용하는 연구는 있었다. 하지만 인간 역분화줄기세포로 유지하면서 배양에 적용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개발한 그래핀 지지체 제작은 간단하고 저렴하다. 여기서 배양한 줄기세포는 세포의 전분화능(Pluripotency)과 자가증식(Self-renewal) 능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었다. 지지세포에서 배양한 것과 유사한 세포접착 유전자 발현과 특성도 확인됐다.
김정범 교수는 “동물에서 유래하지 않은 소재인 그래핀에 줄기세포를 배양하게 됨으로써 기존 배양법이 가진 동물유래 물질로 인한 치명적인 감염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향후 임상등급 줄기세포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재생의학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로 UNIST는 그래핀을 단독으로 사용하면서 최적의 배양조건을 개발해 임상에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주를 확보할 기술을 얻었다”며 “새로 개발한 그래핀 배양 시스템은 향후 조직공학, 줄기세포 등 바이오기술과 신소재 분야의 융합 기술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과 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IT·SW융합산업원천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연구 성과는 2월 5일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세계적인 권위지인 네이처(Nature) 자매 학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