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원자보다 작은 세계에서는 일어나는 ‘물질파 현상’의 이유를 밝혔다. 물질파는 원자나 분자처럼 물질을 이루는 입자가 보이는 파동성을 뜻한다.
조범석 자연과학부 교수와 독일 프리츠 하버 연구소(FHI)의 빌란 쇌코프 박사는 동일한 파장을 가지는 입자 3가지를 관측한 결과를 3월 19일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이 결과에는 물질파와 빛이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데 ‘양자반사’가 기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파동(wave)은 물이나 공기 등에서 운동이나 에너지가 전달되는 현상이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지점부터 퍼져나가는 물결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파동은 진행경로에서 장애물을 만나면 직진경로로 가는 게 아니라 휘어져 돌아 들어간다. 이를 회절(Diffraction)이라고 하는데, 빛의 파동에서는 파장이 같으면 회절 패턴이 동일하다. 빛에서 파장이 모든 성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질파에서는 파장이 같더라도 입자가 다를 수 있고, 이럴 경우 회절 패턴도 달라진다. 그 이유는 물질파에서 파장은 입자의 속도와 질량을 조합해 얻는데, 두 요소를 조합하면 동일한 파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동일한 파장을 가지는 헬륨과 중수소가 결정 표면에서 산란할 때 완전히 다른 회절 패턴을 나타낸다.
연구진은 헬륨 원자와 헬륨 이합체, 중수소 분자의 질량과 속도를 조합해 동일한 파장을 만들었다. 이후 각각을 분자 빔(beam)으로 만들어 고전광학용 회절판에서 산란시켰다. 물질파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회절되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조 교수는 “여러 조건에서 각각의 물질파를 관측한 결과, 파장만이 회절 패턴을 결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회절 패턴에 대한 이러한 보편적인 현상은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인 양자반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자반사는 양자역학이 작용하는 미시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바닥에 떨어뜨린 물질이 표면에 닿지도 않고 튕겨져 나올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물질파가 회절판에서 산란될 때 표면과 상호작용하면서 양자반사가 일어났다. 이에 입자 자체가 다르거나 질량이나 속도 등이 달라도 회절 패턴을 동일해진 것이다.
조 교수는 “입자의 파동성은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양자반사는 모든 물리학과 학생이 양자 물리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라며 “빛과 물질파의 유사성이 양자반사 현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건 기초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빛과 물질파의 차이점이 극복되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물질파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는 현상들을 이해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사업과 UNIST의 미래전략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조범석 교수는 포스코 청암재단의 사이언스 펠로쉽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