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정보처리 분야에서도 에너지 효율이 중요해졌다. 작은 면적에서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전자를 이용하는 기존 방식 대신 ‘빛’을 이용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빛으로 칩들 사이나 칩 내에서 통신이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광연결 기술은 인텔이나 IBM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적용되기 직전이다. 하지만 아직 ‘실리콘 광집적회로’의 집적도가 낮아 작은 크기의 칩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권민석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은 실리콘 광집적회로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핵심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광공진기’로 특정 파장의 빛을 오랫동안 가둬둘 수 있어 레이저나 변조기, 필터, 센서 등에 활용된다. 현재 사용 중인 실리콘 기반의 소형 광공진기의 반지름은 3~5 마이크론(μm, 1μm은 1000분의 1㎜)인데, 권 교수팀은 광공진기의 반지름 크기를 1마이크론 이하로 낮췄다.
권민석 교수는 “집적도가 높은 광집적회로는 실리콘 광도파로, 다시 말해 빛을 지나가게 하는 부분의 크기를 줄여야 만들 수 있지만 회절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회절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속 기반의 나노플라즈모닉(nanoplasmonic) 도파로와 소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절한계는 일반적인 광학 도구를 이용해 빛을 가둘 때 나타나는 한계다. 보통 빛이 가둬진 영역의 최소 면적은 빛 파장의 반 제곱보다 크다. 이 때문에 일정한 면적 아래로는 빛을 가두기 어려운 것이다. 반면 나노플라즈모닉 도파로는 금속과 유전체(전기장 안에서 극성을 지니게 되는 절연체)를 따라 진행하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회절한계보다 작은 영역에 빛을 가둬 전송할 수 있다.
나노플라즈모닉 소자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나노플라즈모닉 공진기다. 권 교수팀은 이 공진기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를 제어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표준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 conductor) 기술이 활용돼 기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할 수 있다.
권 교수는 “나노플라즈모닉 공진기에 의해 작은 영역에 강하게 모인 빛과 유체의 상호작용을 이용했다”며 “유체의 종류를 변경하면 굴절률이 크게 변한다는 점도 활용해 광공진기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개발된 공진기는 ‘금속-유체-실리콘 기반 나노플라즈모닉 공진기(Plasmofluidic Disk Resonator, PDR)’이다. 이는 주로 이론적 연구의 대상이었던 나노플라즈모닉 공진기를 표준 CMOS 기술을 사용해 실제 구현하고 실험적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권 교수는 “PDR은 실리콘 광집적회로에 적용돼 광신호 세기를 바꿔주는 극소형의 소자로 사용될 것”이라며 “극소량의 액체를 검출하는 극소형의 센서나 채널 주변에 있는 10나노미터 정도의 지름을 갖는 미세 입자를 붙잡을 수 있는 광집게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3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교육부의 일반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