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만드는 화학자들에게는 ‘생리활성을 가진 유용한 선도물질’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이들 물질은 다양한 구조의 화합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생리활성을 가진 화합물 중에는 ‘질소 고리 화합물’의 비중이 크다. 이에 질소 고리 화합물의 효율적 합성법은 유기합성에서 늘 도전적인 관심분야다.
박철민 자연과학부 교수팀도 질소 고리 화합물을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리형 화합물에 다양한 치환체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이를 활용해 생리활성을 가진 화합물을 설계하고 합성하는 게 최종 목표다.
박철민 교수는 “화학물질을 쉽고 간편하게 합성하는 방법은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신약 개발에 필요한 선도물질 발굴과 대량합성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연구 목표”라고 밝혔다.
이 연구팀이 중요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영국왕립화학회에서 발행하는 화학 분야 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Chemical Communications)’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지난 6월 11일 출판된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골드 카벤(gold carbene)을 이용한 질소 고리 화합물 합성법이다.
연구에 참여한 최수빈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독특한 반응성을 갖는 골드 카벤에 나이트라일(nitrile)과 이놀 이서(enol ether)가 각각 반응시켜 서로 다른 파이롤(pyrrole)과 옥사졸(oxazole)을 합성했다”며 “출발 물질이 동일해도 다양한 기질을 도입해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음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팀이 개발한 방법은 골드 카벤의 독득한 반응성을 이용한다. 반응 기질과 촉매만 이용하는 매우 온건한 조건에서 필요한 화합물 합성이 가능한 것이다. 이 덕분에 산(acid)이나 염기(base)에 민감한 다양한 화학 작용기까지 쉽게 도입해 새로운 물질을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기존 합성법과 달리 별다른 제약 없이 여러 화학 작용기를 붙일 수 있다”며 “복잡한 분자합성에 필수적인 화학 작용기 선택에 제한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술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화합물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화합물의 대량합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연구진이 합성한 파이롤과 옥사졸은 생리활성을 갖는 구조 단위로 잘 알려진 화합물이다. 파이롤은 항정신병, 항암, 항우울증과 같은 생리활성을 갖고 있어 관련 의약품으로 사용된다. 옥사졸은 항인플루엔자, 세포분열억제와 같은 생리활성을 갖는다.
실제 의약시장에서 파이롤 유도체인 ‘수니티닙(Sunitinib)’은 신장암 치료제로 사용된다. 또 다른 파이롤 유도체인 ‘라이코갈릭 산(lycogalic acid)’은 종양 세포를 억제시키는 작용을 하는 스타우로스포린(Staurosporine) 생합성의 전구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옥사졸 유도체인 ‘포르복사졸(phorboxazole) A와 포르복사졸 B’는 세포분열억제의 생리활성을 이용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약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