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취임 1년의 소회가 궁금하다.
울산시민의 성원에 힘입어 UNIST가 과기원으로 출범한지 1년이 됐다. 다시 한번 UNIST에 성원과 애정을 보내주신 울산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생각한다. 국민 세금이 사용되는 국가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사명감이 훨씬 크다. 지금 이 사명감을 성취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Q2. 취임 1년간 거둔 성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선 연구의 질적 향상을 통한 수월성을 확보했다 자신한다.
KISTEP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발전전략 수립연구보고서에 따르면 UNIST가 연구 분야의 질적 우수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HCP(Highly Cited Paper)’ 비율에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스탠퍼드, 칼텍보다 높은 수치로 MIT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또 UNIST가 3대 과학 저널인 ‘Nature’가 선정한 ‘2016 네이처 인덱스 라이징 스타(Nature Index Rising Star)’에 선정됐다. 네이처는 우수논문의 기관 기여도를 평가하는 수치인 ‘WFC(Weighted Fractional Count)’를 분석해 최근 4년 간 ‘WFC’ 평점이 크게 오른 세계 100대 대학과 연구기관을 선정하고 있다. 국내 대학 중에서 유일하게 UNIST가 선정돼 연구 역량의 우수성을 보여줬다 생각한다.
이런 성과들이라면 2020년까지 ‘국내 3대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단기 목표와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라는 장기 목표 달성도 어렵지 않다고 본다.
Q3. 취임 당시 산학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UNIST의 비전은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선도대학’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창업 및 산학협력 활성화에 주력 중이다.
선보그룹으로부터 5억 원을 기부 받아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기술지주회사는 치매 치료제, 이차 전지 등 UNIST가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인력, 인프라를 제공한다. 또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선보엔젤파트너스가 UNIST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동남권의 기술사업화 기업, 유망 스타트업의 발굴 및 투자에 나선다. 민간엔젤투자사가 국내 대학에 사무소를 설치해 창업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창업과 기술이전도 세계시장을 바라보고 추진 중이다. UNIST에서 개발한 우수한 기술이 국내에서만 국한되는 건 아까운 일이다. 그래서 해외 유수의 대학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 UC버클리에 ‘UNIST 글로벌 혁신 캠퍼스’를 개소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창업 지원정책을 벤치마킹해 UNIST 벤처와 지역기업의 기술을 해외시장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지난 8월 미국을 방문해 UCSD(UC San Diego)와 LIU(Long Island University)와의 공동연구는 물론 창업과 기술사업화 협력도 약속했다. UNIST는 양 대학과 연구 중심 벤처와 우수한 기술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뉴욕 월가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LIU와는 UNIST가 보유한 기술의 해외 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를 위한 협력방안도 논의 중이다.
Q4. 2단계 BTL이 준공됐다고 들었다.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 2단계 BTL이 지난 9월 1일 준공됐다. 14년 6월 첫 삽을 뗀 2단계 BTL은 부족한 연구 공간을 확충해 세계적 연구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연면적 108,988㎡로 연구시설 3동과 정주시설 2동 등을 추가로 건설했으며, 총 사업비 2,000억여 원을 들였다. 가히 제2의 개교라 부를 만하다.
MIT의 미디어랩 등 세계 유수 대학의 융·복합 연구시설을 벤치마킹해 연구자 간 최적의 집단 융합연구가 가능하다. 특히 UNIST 연구의 중심이자 첨단연구장비의 집적시설인 UCRF(연구지원본부)를 확충해 기존 공간 대비 2배 규모의 슈퍼 클린룸을 마련했다. 단순 실험실 규모가 아니라 나노 소자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수준의 공간이다.
또한 UNIST의 창의 교육모델인 플립드러닝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플립드 클래스룸(Flipped Classroom)과 학생 중심의 자율학습공간인 러닝 커먼즈(Learning Commons)를 마련했다. 러닝 커먼즈는 100여 명이 동시에 클라우드 기반의 PC를 사용해 학습할 수 있으며, 토론 및 팀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은 물론 튜터링 지원, 행사 공간 등으로 사용된다.
2단계 BTL의 준공으로 UNIST의 집단·융합연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2020년 세계 20위권, 2030년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으로 자리 잡는 토대가 될 것이다.
Q5. 과학기술원으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할 방안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이미 도래 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통한 새로운 원동력 확보가 절실하다.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보장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UNIST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도입을 원하는 ‘수출형 연구’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더 이상 연구 성과가 실험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UNIST가 연구하고 사업화하는 모든 것은 해외 수출을 기반으로 하고 집중할 것이다. 원천 특화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글로벌 기술들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K-컬쳐’와 같은 ‘K-사이언스(Korea-Science)’ 기류를 만드는 것이다.
차세대 운송수단 하이퍼루프 연구가 좋은 예다. UNIST는 국내 최초로 하이퍼루프 연구에 뛰어들었다. 하이퍼루프 전체를 개발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러나 핵심 요소의 원천 기술을 우선 확보해 앞으로 만들어질 하이퍼루프에 UNIST가 개발한 원천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최빈국에 속했던 대한민국이 지난 50년간 눈부신 국가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서독파견 간호사, 광부 등 우리 선배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도 선배들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절실할 때다.
Q6. K-사이언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
한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인의 저력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이다. K-Pop, K-Culture 등 문화 한류를 넘어서 과학한류 즉, K-사이언스(K-Science)를 창출해야 한다.
21세기 지식기반시대에서 개인이나 국가의 경쟁력은 결국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에 좌우된다. 그렇기에 케이 사이언스 창출은 21세기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UNIST는 수출형 연구라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통해 케이 사이언스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해수전지’를 들어보았는가? 바닷물의 소금을 이용해 대용량의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배터리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기술로 국내 4조, 해외 47조 규모의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기술들이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수출되고 상용화된다면 케이 사이언스 기류 조성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Q7. 연구 브랜드 발굴 및 육성 진척 상황은?
2020년까지 UNIST하면 떠올릴 수 있는 연구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 올해 선정된 이차전지를 분야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연구 브랜드를 늘려나갈 것이다. 사업화 가능 기술에 인력과 재원을 집중해 오는 2020년까지 UNIST를 대표하는 성과확산형 연구 브랜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차전지 외에도 해수전지, 차세대 태양전지, 바이오 3D 프린팅, 치매 치료제를 포함한 신약개발 등의 주제가 연구브랜드 후보군으로 선정되어 현재 브랜드화 중에 있으며, 기존의 UNIST 강점 연구 분야인 이산화탄소 포집, 스마트센서, 게놈 등 특성화 기술들 역시 연구브랜드 후보 연구들로 꼽고 있다. 연구 역량과 산업의 니즈, 국가 및 지역사회 신성장 동력 창출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다.
Q8. 지역 발전을 위한 UNIST의 역할도 궁금하다.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을 둘러싼 형국이 만만치 않다. 현재 주력산업의 위기에 처한 울산이 다시 일어서려면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UNIST는 차세대 에너지와 첨단 신소재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동남권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바이오메디컬과 ICT 융합 분야의 기술도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 산업의 고도화는 물론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을 키우고, 지역산업에 맞는 연구개발도 활성화할 것이다.
지난 6월 중국 톈진에서 개최된 하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UNIST의 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대학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관해 논의했다. 다보스 ‘세계 미래 위원회(Global Future Council)’ 회원으로 국내 최초 가입해 다보스 포럼의 ‘제조업의 미래’ 분과에 속한 전문가들에게 기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이슈를 좌지우지하는 다보스포럼의 제조업 분야 자문기구의 회원으로 가입된 것은 UNIST는 물론 울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오는 10월 13일 ‘제1회 울산 미래 산업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내년이면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는 울산에 슈밥 회장 등 글로벌 경제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울산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다보스 울산 포럼’ 발족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UNIST는 과기원으로서 국가 차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울산은 한국 경제의 심장이다. 태화강의 기적을 다시 한 번 일으키는 것은 국가 싱크탱크인 UNIST가 책임지고 완수할 과업이라 생각한다.
Q9. 앞으로 UNIST를 이끌어 나갈 포부를 말해달라.
확실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근 ‘2040 100억불 발전기금 플랜’을 제시했다. ‘2040 100억 불 발전기금 플랜’은 앞서 말한 ‘수출형 연구’를 통해 2040년까지 11조원의 발전기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금액이 워낙에 커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UNIST의 대표 연구 브랜드들이 하나 당 1조 원 규모로 수출된다면 실현 가능하다. KIST가 최근 치매 조기진단기술을 3,300억원 규모에 이전 계약했다. 그럼 우리 대학에서 치매 치료라는 난제를 연구 중인 임미희 교수가 성공한다면 얼마에 수출이 가능할까? 참고로 지난해 한미약품은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에 자체 개발 중인 당뇨신약을 5조원 규모로 수출했다.
현재 국내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과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화를 위해서 재정적 자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적 자립이라는 혁신을 통해서 연구진이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듯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울산시와 국가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UNIST의 비전인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 선도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