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재)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시행하며 UNIST가 주관 연구하는 ‘사이언스 월든(Science Walden)’ 프로젝트의 창작 결과물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는 과학 기술에 예술과 인문학을 융합해 인간 소외, 소통 부재,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기 위한 참여과학 예술가들의 커뮤니티이며 과학예술 노력의 집합체이다.
당신이 ‘사이언스 월든’을 읽어야 하는 몇 가지 이유
# 어느 날 갑자기 인류가 더 이상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소설 ‘사이언스 월든(유려한 지음)’은 위의 질문을 던졌을 때 상상해볼 수 있는 마지막 인류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와 동시에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사회상과 삶의 문제 – 2030세대, 결혼 제도, 환경, 예술 -를 아우르고 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인간 삶의 진실한 조건과 행복에 대해서 묻고자 한다.
불임 선고를 받은 어떤 여자와 그 집으로 오게 된 어떤 개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불임인 여자와 임신한 암컷 개의 만남은 묘한 긴장감을 준다. 임신을 바라던 여자에게 불임은 불행처럼 느껴졌지만,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다는 뉴스는 그녀에게 낯선 행복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인류’, ‘인류 종말’, ‘임신과 출산 중단’과 같은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단어들이 이 책에서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이유는 저자가 공상과학 설정 안에서 의도적으로 공상과학을 지워버리는 전략을 택한 것도 있지만, 공상과학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오늘날의 반증이기도 하다.
# 사라질지도 모르는 인간의 감각 vs 동물이 완성하는 감각의 지도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소설적 상상력의 방식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나아가 인간과 동물의 공존 방식을 넌지시 묻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여기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 스스로 인간임을 확인하는 방법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는가? 소설은 인간이 감각, 오감을 퇴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는다. 동물은 그들의 감각을 십분 활용하여 그 감각을 온전히 장악하면서 지속해나갈 때 그렇다면 인간은 미래에 어떤 행보를 그려나갈 것인가? 또한, 인간은 인간 이외의 존재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 야생, 반구대 암각화, 그리고 예술
당신은 예술가인가? 이 질문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본래 예술가였으며 지금도 예술가이다. 다만, 예술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새까맣게 잊고 있을 뿐. 인류 최초의 예술이자 회화는 그 먼 옛날 동굴 속에서 사냥이 성공적이기를 기원하던 벽화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예술 흔적을 남기며 저 마다 마음 깊은 곳에 야생의 들판을 가진 유동적 마음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인간은 원래 야생에 있던 것인데 야생에 사는 것이 어색해졌다’라고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유니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이 땅에 살던 인류의 흔적이 반구대 암각화에 남겨져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민석’은 반구대 암각화 근처에서 잠들어 있던 그의 야성이 깨어나 무언가 표현하고 확장되어지기를 바란다. 이것은 본래 예술적 존재인 인간이 나카자와 신이치가 말하는 ‘대칭성 사고’의 원형을 불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개의 기억 혹은 예술 의지로 인간 흔적을 들춰내는 암각화가 리바이벌 된다. 이쯤에서 묻는다. 인간은 왜 예술을 하는가?
#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당신은 행복한 사람인가? 우리 사회는 행복한가? 이 질문에 잠시 머뭇거린다면 ‘사이언스 월든’을 읽으면서 함께 고민해볼 수 있다. 이 소설은 헬조선이나 흙수저로 요약되는 현대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을 향하고 있다. 책에 따로 표기하지는 않았으나 소설의 부제목은 ‘낯선 행복’이다. ‘낯선 행복’은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지점에서 발견하고 또 해석되어지기를 바란다. 각자의 삶 속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그 행복의 얼굴은 실로 다양할 것이다. 만약 행복의 실체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행복을 과연 무엇이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이언스 월든은 우리에게 낯선 행복이 될 수 있을까?
글: 조아라(유려한)
사이언스 월든 스토리 컨텐츠 연구원, 작가, 문화예술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