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의 효율을 25% 이상으로 높이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UNIST에서 시작된다.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를 더하는 ‘텐덤(Tandem) 태양전지’를 만드는 연구다.
KIST-UNIST 울산융합신소재연구센터(KIST-UNIST-Ulsan Center, 이하 KUUC)가 제안한 텐덤 태양전지 과제가 산업통상부에서 주관하는 산업기술혁신사업-에너지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됐다. 2017년부터 시작되는 이 과제에는 4년간 총 36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과제 책임자인 최경진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기존 태양전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개의 태양전지를 수직으로 쌓는 구조를 개발할 것”이라며 “모듈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와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접합해 싸고 효율 높은 태양전지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텐덤 태양전지 최대 효율은 87%…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로 도전!
현재 태양전지 시장의 주류인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는 광흡수 반도체 하나로 이뤄진 ‘단일 접합 태양전지’다. 이 전지의 태양광 전환변환효율은 25% 정도인데 이론상으로도 최대 효율은 34%로 제한된다. 저에너지 광자가 반도체에 흡수되지 못한 채 투과되며, 고에너지 광자는 흡수된 뒤 열에너지로 낭비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중 접합 태양전지’ 개념이 나왔다. 서로 보완적인 2개 이상의 광흡수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투과되거나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텐덤 구조를 사용할 경우 최대 효율은 87%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갈륨과 비소 등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데다 고가의 공정 장비를 써야해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KUUC 연구팀은 텐덤 태양전지의 소재로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할 계획이다. 제조 공정이 간단하고 광전효율도 실리콘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를 더한다면 텐덤 구조의 기술적 한계와 제조 단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태양광 치킨게임’ 시작됐다”… 원천기술 개발로 산업 경쟁력 높인다
국제 태양광 기술 로드맵(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 for Photovoltaics, ITRPV)에 따르면 2016년 태양전지 셀(Cell) 가격은 와트(W)당 0.3~0.35달러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9월 태양전지 셀 가격은 와트당 0.23달러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런 가격 하락의 여파로 지난 4월 미국 3대 태양광 업체인 ‘선에디슨’이 파산했고,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했던 ‘솔라시티’도 심각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최경진 교수는 “현재 실리콘 셀 단가는 원자재 가격이나 제조비용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제품가격 경쟁에 따라 단가가 낮아지는 ‘태양광 치킨게임’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태양광 치킨게임에서 국내 업체들이 생존하려면 태양전지 원천기술 개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KUUC 연구팀은 텐덤 태양전지의 원천기술 개발로 국내 태양광 산업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최 교수를 비롯한 석상일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송명훈 신소재공학부 교수 등으로 구성된 UNIST 연구팀은 프로젝트 총괄을 맡았다. 이들은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텐덤형 태양전지’의 상부 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제작한 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하부 셀인 실리콘 태양전지와의 텐덤화 공정을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내 태양광 기업인 ㈜신성솔라에너지도 참여한다. 이 기업은 UNIST와 KIST에서 제작된 핵심원천기술을 받아 대면적 태양전지를 만들고, 장기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태양광 산업계에서는 광전효율을 높이면서 제조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원하고 있다”며 “이번에 시도하는 저비용‧고효율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텐덤형 태양전지가 상용화되면 세계 태양광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고효율(≥25%) 결정질 Si/Perovskite 모노리식 텐덤 태양전지 기술 1문 1답
Q1. 이번 과제로 개발할 기술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A1. ‘단일 접합 태양전지’의 효율이 높지 않은 이유는 손실되는 에너지 때문이다. 저에너지 광자는 태양전지로 쓰이는 반도체에 흡수되지 못한 채 투과되고, 고에너지 광자는 흡수된 뒤 열에너지로 낭비된다.
반면 ‘다중 접합 태양전지’는 서로 보완적인 2개 이상의 광흡수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는 구조(탠덤 구조)이므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갈륨과 비소 등 고가의 재료와 공정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다.
연구팀은 현재 태양전지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며 모듈 발전 단가가 가장 낮은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와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탠덤 구조를 고안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탠덤 태양전지’를 가능케 하는 게 이번 기술 개발의 목표다.
Q2. 기존 태양전지 기술의 한계는 무엇이고, 이번 기술 개발로 극복하게 되는 점은 어떤 것인지?
A2. 단일 접합 태양전지의 이론적인 광전변환효율은 최대 34%로 제한돼 있다. 이는 밴드 갭(band gap)보다 큰 에너지의 광자가 반도체에 흡수될 경우 생성된 전자-전공이 가지는 잉여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또 밴드 갭보다 적은 에너지의 광자일 경우에는 반도체에 흡수되지 못하기 때문에 효율을 더 높이기 어렵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게 텐덤형 태양전지다. 이는 서로 다른 밴드 갭을 가지는 반도체 물질을 연속적으로 적층시켜서 광흡수 특성을 최대화하는 기술로, 이론적으로는 최대 87%의 효율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세대 태양전지인 다중 접합을 이용한 3-5족 화합물 반도체 탠덤형 태양전지는 2012년 ‘샤프(Sharp)’에서 개발했다. 이 태양전지의 효율은 37.9%로 InGaP/GaAs/InGaAs 삼중 접합 태양전지 형태였다. 하지만 고가의 재료와 공정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단가가 매우 높다.
현재 다중 접합을 이용한 다른 유·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CIGS,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CIGS, a-Si/유기태양전지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하지만 광전변환효율이 10% 내외에 머물러 있어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현재 태양전지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와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탠덤 구조를 고안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탠덤 구조의 기술의 한계와 제조 단가 및 상용화 문제를 극복하고,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셀 및 모듈 기술을 활용해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형 태양전지의 조기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Q3. 이 기술의 도입으로 펼쳐질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A3. 현재 태양광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규모 발전 시장은 대부분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로 형성돼 있다. 이들 태양전지는 광전변환효율을 올리거나 제조비용을 낮추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 효율을 높이려면 제조비용이 높아지고 고순도 실리콘을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전변환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제조비용을 낮추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저제조비용 고효율’을 원하는 응용산업에 적용하는 것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저비용·고효율의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형 태양전지가 상용화가 된다면 세계 태양광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된다.
2015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14억 대가 조금 넘는데, 이는 전년보다 10.4% 높아진 수치이다. 스마트폰과 각종 휴대용 전자기기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휴대용 충전기 수요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연구 기술이 상용화되면 콘센트가 필요한 휴대용 충전기를 대신할 ‘태양광 충전기 시대’가 열릴 것이다.
Q4. 이번 과제 수행의 포부를 밝힌다면?
A4. 국제 태양광 기술 로드맵(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 for Photovoltaics, ITRPV)에 따르면 2016년 태양전지 셀 가격은 평균 0.30~0.35 USD/W로 예상됐지만 2016년 9월 예상을 크게 벗어나서 0.23 USD/W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실리콘 셀 단가가 원자재 가격과 제조비용에 의해 결정되는 대신 태양광 산업에 불어 닥치고 있는 ‘태양광 치킨게임’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치킨게임은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서 업계에선 제품가격 하락이 손익분기점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3대 태양광업체 중 하나인 선에디슨이 파산했고,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설립했던 솔라시티도 심각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태양광 치킨게임에서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생존하려면 태양전지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UNIST 태양전지 연구진은 국내 태양광 업체의 국제 위상을 높이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