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가장 경제적인 촉매가 개발됐다. 루테늄(Ru) 기반의 이 물질은 최고의 촉매로 알려진 백금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가격은 4% 수준으로 저렴하다. 물의 산도(pH)에도 영향 받지 않아 촉매로 쓰기에 적절하다.
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루테늄과 2차원 유기 구조체인 C₂N을 합성해 물 분해 촉매로서 성능을 검증했다. C₂N에 루테늄을 붙여 고정시킨 이 물질의 이름은 ‘Ru@C₂N’이다. 이 물질은 나노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13일(영국 현지시간) 공개됐다.
물을 원료로 수소를 얻는 기술이 상업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좋은 촉매가 필요하다. 이때 물 분해 촉매는 ①수소변환효율이 높고, ②내구성이 우수하며, ③낮은 전압에서 작동하고, ④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특히 전기화학적으로 구동되는 물 분해 촉매는 산도(pH)에 영향 받지 않고 낮은 전압에서 수소를 발생시키는 게 필수다.
그러나 현재 수소발생반응에 사용되는 백금 촉매는 고가의 귀금속이라 가격 대비 수소 양산에 어려움이 있다. 또 염기성에서는 안정성이 낮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등장한 값싼 비귀금속 촉매들은 산성에서 부식되거나, 높은 전압에서 작동해 비용과 생산성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
백종범 교수팀이 개발한 Ru@C₂N은 물 분해 촉매의 상업적 경쟁력 4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고성능의 물질이다. 이 물질은 백금처럼 수소전환효율(turnover frequency, TOF)이 높고, 물을 전기분해할 때 필요한 전압(과전압)이 낮아도 구동된다. 또 물의 산도(pH)에 영향 받지 않아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u@C₂N 합성 공정은 단순하다. 백 교수팀은 다공성 2차원 유기구조체인 C₂N을 구성하는 단량체와 루테늄 염(RuCl₃)을 단순히 교반시켰다. 그런 다음 환원 및 열처리하면 Ru@C₂N 촉매가 생성된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코발트(Co), 니켈(Ni), 납(Pb), 백금(Pt)도 제조해 M@C₂N(M=Co, Ni, Pb, Pt) 촉매도 만들었다. 각각 촉매의 수소발생효율을 비교한 결과 Ru@C₂N 촉매가 가장 낮은 과전압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보였다. 또 촉매 활성도도 다른 촉매보다 뛰어났다.
백종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기술 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뿐 아니라 기초부터 응용까지 광범위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이 물질은 학문과 과학기술의 잠재적 가치 덕분에 많은 분야에서 곧바로 주목받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논문은 UNIST 연구진이 상호 긴밀하게 협력해 도출한 우수한 연구성과”라며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널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연구역량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자비드 마흐무드(Javeed Mahmood) 박사와 펭 리(Feng Li) 박사다. 교신 저자는 백종범 교수와 정후영 UNIST 연구지원본부 교수, 박노정 UNIST 자연과학부 교수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