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으로 아주 얇은 ‘다이아몬드 박막(diamane)’을 만들 길이 열렸다. 다이아몬드 박막은 반도체 성질을 조절할 수 있고, 열 전도도가 우수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물질이지만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매우 어렵다.
로드니 루오프 자연과학부 특훈교수(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장)가 주도하고, 곽상규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참여한 연구진은 단일층·이중층 그래핀에 기능기를 추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박막 소재의 화학적 반응 경로를 규명했다. 기능기는 유기화합물의 성질을 특정 짓는 원자 무리를 의미하는데, 그래핀에 기능기를 붙이면 다양한 물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으로 배열된 평면의 그래핀(single layer graphene)과 그래핀 두 층이 나란히 붙어 있는 이중층 그래핀(bilayer graphene), 이중층 그래핀 사이의 탄소들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다이아몬드 박막(diamane)은 모두 그래핀으로 이뤄졌지만, 전혀 다른 물질이다. 이들의 구조와 결합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물성을 연구하면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그래핀에 새로운 기능기를 추가하면 화학적‧물리적 성질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는 새로운 2차원 소재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계다. 지금까지는 주로 단일층 그래핀과 기체나 액체 상태의 반응물을 반응시켜 다른 종류의 원자나 유기물을 결합시켰는데, 이번 연구 결과 다른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중층 그래핀은 단일층 그래핀보다 더 다양한 물성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핀 두 층 사이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중층 그래핀을 활용하려면 낮은 화학적 반응성을 극복해야 했다. 특히 이중층 그래핀은 다이아몬드 박막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이다. 그래핀 두 층 사이에 탄소 결합을 유도하면 다이아몬드 박막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다이아몬드 박막을 합성한 과학자는 없다. 이번 기술은 단일층 그래핀은 물론 이중층 그래핀에도 기능기를 붙일 수 있어 다이아몬드 박막 합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환원성을 띄는 알칼리 금속 용액을 활용해 그래핀을 전자가 풍부한 환원 상태로 만들었다. 상온에서도 유기할로겐 분자와 쉽게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여태껏 분명하지 않던 이중층 그래핀의 반응기작을 규명하기 위해 그래핀 위와 아래층에 각각 다른 탄소 동위원소를 붙이고, 위층과 아래층 그래핀이 모두 반응에 참여했음을 밝혀냈다.
추가적인 시뮬레이션 결과, 이중층 그래핀이 단일층 그래핀보다 반응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생성물이 반응물보다 에너지가 낮아 적절한 반응환경에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증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방법으로 이미 기능기가 추가된 그래핀이 다른 분자와 추가적인 화학반응도 가능함을 보였다. 그래핀이 기존에 반응하기 어려웠던 분자들과도 결합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써 그래핀의 물성 개선에 다양하고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화학적 통로를 제시했다.
이 방법은 그래핀 외 다른 2차원 물질에도 적용 가능해 물성 전환으로 새로운 특징을 갖는 2차원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루오프 교수는 “이번 실험은 그래핀이 촉매, 센서, 발색단과 같은 다양한 범위의 기능성 물질들과 용이하게 결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그래핀으로 다이아몬드 박막을 합성할 수 있게 되면 반도체적 특성이나 광학적 특성을 가질 수도 있고 바이오 센서나 고강도 코팅에도 이용될 수도 있어 그래핀의 응용 범위를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미화학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 IF 13.038) 온라인판에 3월 13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