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수달이 UNIST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가막못에서 자리 잡고 살던 거위 가족을 해쳐 거위들이 가막못을 떠나게 됐다.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 한 마리가 가막못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1월 경이다. 수달이 자리를 잡은 가막못은 20,900㎡ 규모의 호수로 캠퍼스 중심에 위치했다.
최준우 한국수달보호협회 연구원은 “수달의 영역은 보통 15㎞로 활동 반경이 무척 넓고 서식지를 자주 이동한다”며 “추정컨대 인근 태화강 상류 또는 대학 내 실개천과 연결된 수원(水源)에서 서식하던 수달이 가막못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수달보호협회는 국가(문화재청)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관리단체이다.
하지만 수달이 마냥 반갑기만 한 손님은 아니었다. 가막못에서 서식하던 거위를 3월경부터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가막못의 거위는 UNIST 인근 주민이 UNIST에 선물한 것으로 수달로 인해 총 7마리 중 3마리가 해를 입었다. 거위 사체가 캠퍼스 내에서 발견될 때 마다 UNIST 구성원들과 대학을 관리하는 운영사 측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최준우 한국수달보호협회 연구원은 “수달은 하천이나 강가 지역에 있어 최상위 포식자로 육지에서 사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충분히 거위를 잡아먹을 수 있다”며 “수달과 거위를 분리시키는 것만이 이 상황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UNIST 운영 관리사 측은 지난 27일(월) 거위를 다른 장소로 격리해 관리 중이다. 격리 장소는 운영 관리사 임원의 자택(울주군 웅천면 소재) 옆 연못이다. 수달을 내쫓을 수 없었던 까닭은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포획하려면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은 후 전문가를 통해서만 포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UNIST 운영 관리사 측은 “학생들이 거위를 많이 걱정해 문의를 많이 해왔다”며 “오랜 시간동안 정들었던 거위가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어쩔 수 없이 거위를 격리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운영 관리사 측은 향후 수달이 서식지를 다른 장소로 옮기면 거위를 다시 가막못으로 데려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