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에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이 세포 다이어트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암과 항노화 연구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명경재 생명과학부 특훈교수(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가 이끄는 연구진이 SHPRH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SHPRH 단백질(SNF2 histone linker PHD RING helicase)은 DNA 손상을 복구하는 단백질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DNA 손상이 없을 경우에는 세포에서 단백질 생산을 줄이는 세포 다이어트에 관여해 항노화와 항암 효과를 발휘하는 게 밝혀진 것이다.
세포는 영양분이 부족한 경우, 엠토(mTOR)라는 인산화효소를 이용해 단백질 생산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알려졌다. 이런 세포 다이어트는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의 DNA(rDNA) 전사(transcription)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노화가 진행되거나 암 같은 질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대사를 조절하는 데 있다. 단식을 하거나 소식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엠토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엠토 메커니즘에 작용하는 단백질이나 구체적인 리보솜 DNA의 전사 억제메커니즘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리보솜 DNA를 RNA로 전사하는 RNA 중합효소가 어떻게 전사 대상이 되는 DNA를 인식하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RNA 중합효소가 DNA를 인식하는 데 SHPRH 단백질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우선 세포 내 리보솜이 합성되는 곳인 핵인(nucleolus)을 염색해 SHPRH 단백질이 이곳에 위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추가 실험을 통해 이 단백질이 RNA 중합효소가 결합하는 리보솜 DNA의 프로모터 부위에 많이 존재하는 것을 관찰했다. 또 엠토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을 세포에 처리하자, DNA 프로모터에 결합한 SHPRH 단백질의 양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결과들을 종합하면, SHPRH 단백질은 엠토 효소를 이용해 DNA의 프로모터 부위에 결합하고, RNA 중합효소 복합체와 직접 결합해 RNA 중합효소가 DNA를 인식하도록 도와 리보솜 DNA의 전사를 조절한다.
연구진은 또 정상 조건의 세포와 영양분이 부족한 세포의 SHPRH 단백질 분포 양상을 비교했다. 그 결과 영양분이 충분한 경우에는 SHPRH 단백질이 리보솜 DNA 프로모터에 포진해 있었다. 이에 반해 영양분이 부족한 경우에는 SHPRH 단백질이 서로 응집해 집합체를 형성하는 것이 관찰됐다.
이렇게 형성된 SHPRH 단백질 집합체는 RNA 중합효소와 결합할 수 없어 리보솜 DNA의 전사과정이 억제된다. SHPRH 단백질은 세포의 영양 상태와 같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세포 내 분포도를 바꿔 단백질 생산을 조절한다고 볼 수 있다.
명경재 교수는 “SHPRH가 세포 다이어트를 조절한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개별 세포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항노화 메커니즘 규명에 한 발 더 다가섰다”며 “DNA 손상이 없을 경우에는 다른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 추측했던 SHPRH 단백질의 리보솜 DNA 전사 조절 기능을 발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IF=9.423) 온라인판에 미국 동부시간으로 4월 11일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