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의 꿈인 ‘무병장수’를 실현할 과학적인 방법이 제시됐다. 우리 몸에 쌓인 노화세포를 제거해 신체 조직의 재생능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자연과학부 화학과의 김채규 연구교수는 국제 연구진과 공동으로 노화세포를 제거해 퇴행성 관절염을 완화시키는 기술과 후보 약물을 개발해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4월 2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네이처 메디신은 기초 의과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로 피인용지수는 30.357에 이른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모두 늙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도 함께 노화해 신체조직과 장기 등에 쌓인다. 노화세포의 축적은 만성 염증반응이 생기는 환경을 만들고, 주변 조직과 세포도 쉽게 손상시킨다. 결국 생체조직의 재생능력이 떨어져 암이나 치매, 당뇨병, 퇴행성 관절염 같은 다양한 퇴행성(노인성) 질환도 유발된다.
김채규 교수는 “축적된 노화세포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몇 가지 퇴행성 질병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됐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생쥐를 이용해 노화세포를 제거하면 생체 재생능력이 회복된다는 걸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선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서 나온 노화세포를 배양시켰다. 그런 다음 평면(2D)이나 입체(3D)로 자라난 노화세포에 다양한 약물을 투여해 성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노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후보 물질(UBX0101)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유전자 변형 생쥐로 확인됐다. 이 생쥐는 체내 노화세포가 있으면 빛으로 표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수술을 통해 이 생쥐에게 퇴행성 관절염을 발생시킨 다음, 후보 물질을 투여했다. 그러자 노화세포가 제거됐고 생쥐의 퇴행성 관절염도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유전자 변형 생쥐는 특정한 화합물(AP20187)을 투여하면 노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 생쥐에게는 노령기(2년 정도)에 약물을 투여해 노화세포를 제거했다. 그 결과 약물을 투여하지 않는 생쥐보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김채규 교수는 “향후 임상시험에 약물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지켜봐야한다”면서도 “이번에 밝혀진 연구결과는 암, 치매, 당뇨병과 같은 다양한 노인성 질환에 적용할 수 있어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에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접근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김채규 교수와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전옥희 박사가 주저자로 참여했다. 책임저자인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제니퍼 엘리세프 교수 외에도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얀 벤더슨, 미국 벅 연구소의 주디 캠피지 교수가 연구에 함께 참여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노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 스크리닝 방법과 발굴된 후보 약물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생명과학 스타트업 기업인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에 기술이전이 완료됐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대표와 페이팔의 창립자 피터 틸 등의 벤처 캐피탈에서 1억 1600만 달러(한화 1,3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이번 연구에서 발굴된 후보 약물의 전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며, 올해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을 상대로 임상시험에 착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