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물질을 원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최초로 개발됐다. 방사능 유출이나 핵무기 개발, 핵 테러 등 각종 방사능 활동을 멀리서 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은미 자연과학부 물리학 트랙 교수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고출력 전자기파’를 이용해 멀리서 방사능 물질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방사능 비상사태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길이 열린 것이다.
방사능 물질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을 지닌 원자핵을 의미한다.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235U)을 비롯한 여러 물질이 있으며, 질병 치료나 생명공학 연구 등에도 쓰인다. 인류에게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유출되거나 무기로 활용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존에는 방사능 물질을 탐지하기 위해 ‘가이거 계수기’를 활용했다. 이 장치는 방사능 물질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방사선인 알파선과 감사선 등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방사선이 장비에 직접 도달해야만 측정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멀리서 방사능 물질을 탐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최은미 교수팀은 방사능 물질 탐지 거리를 늘리기 위해 고출력 전자기파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방사능 물질 주변에 전자기파를 쪼이면 플라즈마가 발생하는데, 이를 측정해 방사능 물질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전자기파는 멀리서 쏘아 방사능 물질 근처까지 도달시킬 수 있으므로 탐지 거리를 늘릴 수 있다.
연구팀은 고출력 밀리미터파 발생장치를 자체 개발해 플라즈마 방전을 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 방사능 물질인 코발트-60을 이용해 플라즈마 방전 조건이 어떻게 바뀌는지 실험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방사능 물질이 존재할 경우 플라즈마가 형성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관측했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김동성 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기존 기술로는 측정이 불가능했던 원거리에서 방사능 물질을 감지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민감도도 기존 이론 대비 4800배 높아져 아주 적은 양의 방사능 물질도 탐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은미 교수는 “적어도 수십km 떨어진 거리에 존재하는 방사능 물질을 피괴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방사능을 측정할 수 기술”이라며 “로봇도 접근할 수 없는 후쿠시마 같은 고방사성 환경 탐지, 방사능 물질을 이용한 테러 활동 감시, 원전 이상 사태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 9자에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교육부·한국연구재단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글로벌박사양성사업를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