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서는 치료나 진료의 개념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들었습니다. 응급처치키트가 있어도 사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죠. ‘라이프 카드(Life Card)’는 적절한 응급처치 방법을 손쉽게 알려주는 도구입니다.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5월 26일 서울대 글로벌컨벤션플라자에서 열린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설계 경진대회’에서 UNIST ‘척팀(이수민‧김지완‧이지영‧장성원)’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라이프 카드’는 응급처치 키트(kit)에 추가로 넣어 사용법을 알려주는 도구다.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게 핵심 아이디어다.
응급처치는 병원이나 의사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전에 급한 대로 상처를 치료하는 행위다. 이때 필요한 필수의약품을 모아놓은 것이 응급처치 키트인데,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고통 받는 지역에 보급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11만 6597개의 응급처치 키트가 보급됐다. 하지만 응급처치 키트의 사용법을 몰라 활용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이수민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학생은 “문맹률이 높은 개발도상국에서 글자로 응급처치 키트의 사용법을 설명하는 바람에 효용성이 낮은 편”이라며 “기초 의료 지식을 교육하기 위한 인력도 부족해 응급처치 키트가 있더라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개발 배경을 소개했다.
척팀은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쓰면서, 자체적으로 교육도 가능한 방식의 응급처치 교육 도구, 라이프 카드를 고안했다. 카드와 지침서로 구성된 이 작품은 그림과 기호로 설명하면서 누구나 기초 의료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카드는 응급상황을 제시하는 ‘상황 카드’와 응급처치 키트의 구성 제품이 그려진 ‘치료 카드’로 나뉜다. 상황 카드의 아래에는 각 응급상황에 맞는 처치 방법이 기호로 표시된다. 이 기호들은 치료 카드의 각 구성 제품에 대응하는 기호와 짝을 이룬다. 치료 카드의 뒷면에는 각 구성 제품의 올바른 사용법이 그림으로 설명돼 있다.
김지완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학생은 “라이프 카드는 문자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그림과 기호만으로 치료 방법을 제시해 사용자가 글을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구성 제품과 카드를 연결하거나 치료 카드를 나열해 보는 등의 방법으로 교육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침서는 각 응급상황에 따른 올바른 처치 방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나열했다. 실제 상황에서 처치 매뉴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카드로 교육을 진행할 때 답안지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척팀을 지도한 홍화정 디자인-공학융합기술대학원 교수는 “라이프 카드를 통해 응급처치 키트의 활용도를 높이고, 개발도상국에서 자체적 기초 의료교육을 진행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제대로 된 응급처치와 의료 서비스를 통해 삶의 질도 향상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9번째를 맞은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설계 경진대회는 과학기술에서 소외된 국내‧외 이웃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적정기술 아이템을 발굴·시상해 대학(원)생들의 과학기술 ODA(공적원조) 참여 활성화를 위해 기획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 지구촌기술나눔센터 등 여러 단체가 주관했다. 이번 행사에는 62개팀이 참여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