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핵세포에서 물질교환이 일어나는 새로운 경로와 원리가 밝혀졌다. 기존 물질이동 경로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을 해결할 뿐 아니라 관련 질병의 치료법을 찾는 연구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창욱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전영수 GIST 생명과학부 교수팀과 공동으로 효모에서 핵과 리소좀을 직접 연결하는 막접촉점의 상호작용을 3차원 구조로 분석해냈다. 물질 교환에 필요한 운반체(소낭) 없이 세포 소기관끼리 직접 물질을 주고받는 구체적인 과정을 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핵세포는 핵과 세포질이 핵막으로 분리된 형태의 세포를 말한다. 효모는 단일 진핵세포로 이뤄진 생명체이며,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명체는 진핵세포들로 구성된다. 세포 속에는 유전물질(DNA)를 보유한 ‘핵’을 비롯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 소화 작용을 하는 ‘리소좀’ 등 다양한 소기관이 들어있다.
이들 소기관끼리는 단백질과 같은 물질을 주고받는데, 이때 ‘소낭(vesicle)’이라는 작은 막구조체를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었다(2013년 노벨생리의학상). 그러나 이것만으로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물질이동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들어 세포소기관들이 ‘막접촉점’을 형성하고 다양한 물질을 교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막접촉점은 서로 다른 세포소기관들이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곳으로, 주로 특정 단백질들이 단백질복합체를 만들면서 형성된다.
이창욱 교수 공동 연구팀은 효모를 모델로 사용해 핵과 리소좀 사이의 막접촉점인 NVJ(Nucleus-Vacuole Junction)을 형성하는 단백질복합체인 Nvj1p-Vac8p의 3차원 구조를 규명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Vac8p 단백질이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단백질을 결합할 수 있는 지지체 역할을 한다는 특성을 밝혀냈다. 또 결합된 단백질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특히 Nvj1p-Vac8p의 3차원 구조를 이용해 핵과 리소좀 사이에서 막접촉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아미노산의 역할도 밝혀냈다. 이 아미노산의 돌연변이를 가진 효모에서는 막접촉점이 사라졌고, 핵과 리소좀 사이에서 물질이동도 억제된 것이다.
이창욱 교수는 “돌연변이 효모에서 핵-리소좀 막접촉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세포 활동이 억제됐다”며 “이 결과는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알려졌던 막접촉점에서 생명활동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X-ray 구조법을 이용해 막접촉점을 직접 연결하는 단백질복합체의 구조를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관찰했다. 이를 기반으로 막접촉점의 형성 과정과 기능을 밝혀낸 것이다. 이 결과는 원할한 물질이동이 일어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퇴행성 뇌질환이나 여러 대사질환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창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과 같은 고등생명체를 구성하는 진핵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물질교환 경로와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핵-리소좀 간 막접촉점 외에도 다양한 막접촉점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5월 24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