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연료전지’의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수소 대신 탄화수소를 바로 써도 장기간 성능이 유지되는 전극 물질을 개발한 덕분이다. 이 물질이 연료전지 작동 환경에서 내부 전이금속을 꺼내 또 다른 촉매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주목 받았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김건태 교수팀은 숙명여대 신지영 교수, 서울시립대 한정우 교수, 원광대 주용완 교수, UNIST 정후영 교수와 공동으로 새로운 형태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용 연료극 소재를 개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월 28일자에 발표했다.
SOFC는 수소(연료)를 공기 중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반응 후에는 물만 배출해 친환경적이며,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발전단가가 저렴하다. 배출 열까지 활용하면 발전 효율은 90% 이상으로 높아 차세대 에너지 생산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연료로 쓰일 수소 확보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전극 소재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상용화가 더뎠다.
김건태 교수팀은 SOFC의 연료로 천연가스나 LPG 같은 탄화수소를 직접 쓰는 연료극 물질(촉매)을 개발해 수소 확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촉매를 적용한 SOFC는 탄화수소를 수소로 전환하는 과정 없이 연료전지를 작동시킬 수 있다. 또 SOFC에 탄화수소를 직접 쓰면서 생기는 성능 저하를 막을 방법도 찾았다. 연료극 물질로 쓰이는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내부에서 전이금속을 꺼내 촉매로 사용한 것이다.
김건태 교수는 “탄화수소를 직접 사용해 연료전지를 작동시키면 반응하고 남은 탄소나 황이 쌓이면서 촉매(연료극)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물질을 이용하면 탄화수소를 직접 사용해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개발된 SOFC용 연료극 물질은 연료전지가 작동하는 고온에서 산소를 잃어버리는 상태(환원)가 되면 내부에 있는 전이금속을 꺼내 표면으로 올린다. 이 전이금속이 또 다른 촉매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SOFC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된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적용한 SOFC에 프로판 가스를 연료로 직접 사용해 성능을 시험했다. 그 결과 200시간 이상 전류의 강하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또 800℃에서 수소를 연료로 사용했을 때 1.2W/㎠의 출력을 보였다. 이는 기존 전극 소재(0.6 W/㎠)보다 2배 정도 뛰어난 출력 값이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권오훈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기존에는 SOFC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촉매를 넣어주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며 “새로운 연료극 물질은 외부 촉매 첨가 과정을 생략할 수 있고, 제조 공정을 단순화시켰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건태 교수는 “기존 연료극 소재는 초기에 우수한 성능을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불안정했고, 제조 공정도 복잡하며, 탄화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했을 때 안정적인 작동이 불가능했다”며 “세 문제를 모두 해결한 새로운 연료극 소재는 SOFC 상용화를 선도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