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빼앗을 수 있는 망막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마취’를 개선시킬 기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기존 3~10분이 걸리던 마취시간을 20초 이내로 단축시키고 기존 마취제가 주는 얼얼함 등이 없어 제약소비, 병원매출, 환자 만족도 등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UNIST 창업벤처인 리센스메디컬이 ‘냉각마취기술’의 개발과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지난 6월에는 울산 지역 최초로 중소기업청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인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s)’ 창업팀으로 최총 선정돼 2년간 5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 사업과 연계된 추가 지원은 4억 원(창업자금 1억 원, 엔젤투자매칭펀드 2억 원, 해외 마케팅 1억 원)까지 가능해 최대 9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리센스메디컬의 대표인 김건호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망막질환으로 실명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돕는 것은 물론, 우리 기술로 해외시장을 이끌어가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7월 중으로 시제품 제작을 마치고 미국에서 임상 실험을 거친 뒤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팁스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보유한 창업팀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민간주도로 선발한 창업팀을 대상으로 선정하는데, 리센스메디컬의 경우 선보엔젤파트너스가 운영사를 맡았다. 울산 지역에서 팁스에 선정된 창업팀은 리센스메디컬이 최초다.
김건호 대표는 “새로운 기술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도전에 UNIST 학생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합리적 사고를 할 줄 알고 열린 마음을 지니면 나머지는 와서 배워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리센스메디컬(RecensMedical) 연구원 모집 바로가기
망막질환 치료 90% 차지한 ‘IVT 시술’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은 실명을 야기하는 3대 망막질환이다. 노령인구가 늘고 당뇨병에 걸린 사람이 증가하면서 이들 망막질환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런 망막질환을 치료하는 데는 주로 레이저 시술나 유리체 교체 시술 등이 이용됐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경우 입원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2000년대 초에 글로벌 공룡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이런 흐름을 바꿨다. 여러 망막질환에 효과적인 약품을 개발한 것. 이후 망망질환 환자 안구에 내에 약품을 주사하는 시술인 ‘안내주사요법(Intravitreal injection, IVT)’가 주요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망막질환 치료 중 90% 넘게 IVT가 쓰이며, 관련 질병 치료의 임상기준이 됐다.
IVT 시술은 환자의 눈을 마취시킨 뒤 약품을 투여한다. 약품 투여는 30초 만에 이뤄지지만 마취가 발현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마취 방법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3~10분 정도로 전체 시술 시간의 80%를 소비한다.
김건호 대표는 “망막질환 환자수가 급격히 늘어남에 IVT 수도 급격히 증가했지만 느린 마취 시술은 환자 대기와 병원 부하를 늘려왔다”며 “더욱이 현재 안구 마취 방식에 대한 환자의 심리적 부담과 고통이 크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지금 방식의 불편함을 꼽았다.
‘꿈의 마취술’로 실명(失明)을 막아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대표는 마취시간을 20초 내로 줄일 수 있는 ‘급속냉각마취’ 기술을 개발했다. 약품을 쓰지 않고, 오직 온도만 세밀하게 조절해 순식간에 신경을 마취시키는 것이다. 시술부위에 20초 정도 접촉하기만 하면 마취가 되므로 세포 손상이나 약물 부작용도 없다. 무엇보다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롭다.
김 대표는 “냉각마취는 화학적 마취제가 개발되기 전부터 사용된 가장 원시적인 마취방식이나, 이를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냉각기술이 부재해 왔다”며 “전문 분야인 세포내 고속정밀 열제어를 기반으로 신경전달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급속냉각마취 기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품 15위 안에 IVT 약품이 2종류나 들어간다. 리센스메디컬은 현재 IVT 시술에서 가장 큰 한계점인 느리고 고통스러운 마취를 해결함으로써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 IVT 시장의 판도를 바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