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이언스(Science)!” 6월 30일자 사이언스 저널에 석상일 특훈교수의 논문(바로가기)이 발표됐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최고효율을 4번째로 갱신한 연구다. 지난 3월 30일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지 3개월 만의 성과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엄지를 척! 올릴 멋진 소식의 주인공을 조명한다.
“세계 최고의 과학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는 기쁨이 큽니다. 사이언스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논문을 싣고 싶어 하는 저널이니까요. 이제 원점에서 다시 도전해야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차별화된 연구영역을 찾아서 한계점을 돌파하겠습니다.”
석상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다. 효율을 높이는 연구뿐 아니라 내구성을 보완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방법까지 상용화를 위한 과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석 교수의 이런 성과들은 사이언스뿐 아니라 네이처(Nature)에도 실렸다. 세계 과학저널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두 저널 모두 그의 행보에 주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석 교수는 논문 게재의 기쁨보다 앞으로 목표에 더 집중한다. 좋은 저널에 학문적인 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 상용화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기본 물질은 무-유기 하이브리드 소재이므로 가볍고 유연한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며 “상용화된다면 휴대용 전원으로 누구나 하나씩 가질 수 있고, 건물 외벽이나 창문에 태양전지를 붙일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며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태양전지 선두주자의 무기는 ‘융합’
석 교수가 매번 최고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비결은 ‘융합’에 있다.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에는 재료과학, 화학공학, 전기화학 등 다양한 학문이 필요한데 각 분야 연구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가 모여 우수한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는 건 어렵습니다. 여러 연구자들이 극도로 노력한 결과가 조화롭게 합쳐졌을 때 우수한 결과가 나오는 거죠.”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는 ‘핵심소재’ 개발과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제작’과 만들어진 태양전지의 ‘특성 평가’ 등 다양한 영역이 필요하다. 이들이 모두 연계돼야 종합적인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석 교수는 동료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며 한계점을 극복해나가는 중이다.
그가 이처럼 융합 기술을 잘 이끌어가는 배경에는 남다른 연구이력도 한몫했다. 석 교수는 학부 전공으로 기초학문인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공학계열인 재료공학을 전공으로 삼았다. 연구대상도 무기물이나 유기물을 융합한 소위 ‘유-무기 하이브리드 소재’와 ‘유-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융합에 최적화된 연구자인 셈이다.
태양전지 ‘마(麻)의 효율’ 깨고 상용화 도전!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융합이라는 무기를 손에 쥔 석 교수는 2012년부터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그리고 그의 연구가 곧 이 분야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우선 2013년 3월 6일자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이 태양전지 플랫폼 구조 기술을 발표하고, 2014년 5월 22일자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균일하게 만드는 용액 공정 기술을 발표했다. 이때 보고한 광전효율은 16.2%로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이 기록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깨졌다. 석 교수팀이 2015년 1월 22일자 네이처에 효율 17.9%의 광전효율을 보고했기 때문. 다음 기록은 6개월도 되기 전 2015년 6월 12일자 사이언스에 새로 기록됐다. 보고된 효율은 20.1%! 태양전지에서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마(魔)의 효율(20%)’을 넘기며 크게 주목받았다.
올해 6월 30일자 사이언스에 실린 22.1% 효율 역시 세계 최고 기록이다. 이 분야에서 최초의 기록을 모두 석 교수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 이제 석 교수는 효율뿐 아니라 내구성을 높이는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3월 30일자 사이언스 논문에 발표된 연구가 대표적이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석 교수는 “태양전지에서 요구하는 3대 요소는 효율과 가격, 내구성”이라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저렴한 가격과 일정 수준의 효율에 도달했으므로 앞으로 내구성을 잡는 일이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끝없이 다른 과제를 찾아 문제를 풀어내는 그의 연구철학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차별화된 연구영역을 찾는 것. 그는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가 세상을 바꿀 길을 열 수 있다”는 말을 후배 연구자들에게 전하며 선배로서 새로운 길을 묵묵히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