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를 누르듯 간단하게 화합물을 얻는 ‘클릭 화학(click chemistry)’ 기술이 한층 진전되었다. 이를 통해 신약 합성이나 기능성 고분자 개발, 그리고 바이오 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유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교수팀은 약물이나 고분자 등을 만드는 쓰이는 ‘트리아졸’ 구조를 얻는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했다. 고온및 유기용매를 쓰는 반응 조건 대신 상온에서 물을 용매로 손쉽게 트리아졸을 만들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 논문은 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에 해당하는 미국화학회지(JACS)의 8월 16일자 온라인판으로 소개돼 현재 Most Read Articles 부문에 선정되어있다.
트리아졸은 탄소(C) 2개와 질소(N) 3개가 고리 모양을 이루는 분자화합물이다. 3개의 질소 원자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성질이 다른 트리아졸이 여럿 있다. 이중 한 종류(1,4-이치환된 1,2,3-트리아졸)는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칼 배리 샤플리스 박사가 개발한 합성법으로 손쉽게 만들어져 약학, 생물학, 재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샤플리스 박사는 구리(Cu)를 촉매로 쓰면서 아자이드(Azide) 분자와 알카인(Alkyne) 분자를 반응시켜 트리아졸을 만드는 방법(CuAAC)을 선보였고, 이처럼 쉽고 간편하게 화합물을 얻는 기술을 ‘클릭 화학’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구조의 트리아졸들을 상온에서 손쉽게 합성하는 기술은 최근까지 난제로 남아있었다.
홍성유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1,5-이치환된 1,2,3-트리아졸’을 클릭 화학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샤플리스 박사처럼 아자이드 분자와 알카인 분자를 반응시키면서도 촉매로는 니켈(Ni) 기반의 물질을 쓴 것이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김우겸 UNIST 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기존에 쓰이던 루테늄(Ru) 촉매 기반 1,5-이치환된 트리아졸 합성법과 달리, 이번에 소개된 합성법은 상온에서 물을 용매로 쓰는 조건에서도 반응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며 “생화학 연구나 나노물질 표면 기능화 연구 등에 널리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이 반응을 이용해 다양한 트리아졸 유도체(derivatives)를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강미은 UNIST 화학공학과 석사과정 연구원은 “다양한 구조의 물질들이 쉽게 반응하는데다 생성 물질을 분리하는 과정도 간단한 합성법”이라며 “앞으로 많은 후속 연구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유기합성 분야에서 클릭 화학의 영역을 넓힌 것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의료나 재료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초적인 물질을 쉽고 간편하게 만들면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 등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
홍성유 교수는 “이번 연구는 1,5-이치환된 1,2,3-트리아졸 합성에 부족했던 한 조각의 퍼즐을 찾은 연구였다”며 “샤플리스 박사가 개발한 구리 촉매 기반의 트리아졸 합성 반응과 더불어 의화학과 바이오 이미징 등의 응용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생명과학부의 강세병 교수팀과 UNIST 자연과학부의 기정민 교수팀·Jan-Uwe Rohde 교수팀·최원영 교수팀, 영국 캐임브리지대 화학과의 Goncalo J. L. Bernades 연구팀들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지원은 한국연구재단과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