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후 펼쳐질 미래를 전망한 ‘4차산업혁명 포럼 in Ulsan’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12개국에서 4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 각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상황이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 혁신도는 G20 국가 중 3위를 차지했고, 국제무역과 투자분야에서는 13위, 지속성장 자능성 분야에서는 19위에 올랐다.
UNIST와 울산광역시는 9월 13일(수)과 14일(목) 양일간 UNIST 대학본부 4층 경동홀에서 ‘4차산업혁명포럼 in ULSAN’을 개최했다.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과 공동으로 기획한 국내 포럼은 이번 행사가 최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세계경제포럼 측은 UNIST, 울산시와의 협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4차산업혁명포럼 in ULSAN의 주요 주제는 ‘제조의 미래’인데, 이는 우수하고 풍부한 생산력을 자랑하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의제”라며 “이러한 혁명 속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기술진보와 더불어 사람을 감동시키는 혁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려면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면서 빠르게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과도 연계된 행사다. 울산은 제조업 중심도시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삼성SDI, SK에너지 등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해나갈 최적의 인프라를 갖춘 도시인 셈이다.
김기현 시장은 “올해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포럼과 연계한 기념행사를 개최하게 돼 더욱 의미 있으며, 앞으로도 울산은 WEF와 협력해 제조업 도시에서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이번 포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 흐름과 변화를 확인하며 울산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제조업 방향성과 신산업 육성의 추진상황을 심도 있게 점검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무영 UNIST 총장은 “제조의 미래 혁신은 제조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국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이용함으로써 고용, 기술, 규제, 지속가능성 및 교육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의 미래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의제가 될 것”
이번 포럼의 기조연설자로는 WEF의 임원이자 아시아 태평양 총괄인 저스틴 우드가 나섰다. 그는 제조의 미래위원회 활동을 소개하고 R&D 기술을 실제 제조 시스템에 적용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변혁을 일으키고, 소비를 촉진하며, 지속 성장하면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국제 협력과정이 발표됐다.
우드는 “WEF에서 공식으로 발표된 제조의 미래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의제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 세계 26개국 장관들과 16개 글로벌 기업 CEO들이 ‘제조의 미래위원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WEF는 글로벌 제조업에서 울산시가 가진 비중과 UNIST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뜻을 밝혔다. 또 새로운 생산기술을 적절하게 적용하고 시험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국제협력을 통해 지원할 방안도 제시했다.
국회 4차 산업혁명 포럼 공동위원장인 송희경 의원도 연설자로 나서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 목표는 인류사회의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현순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센서, 로봇, 혁신적 제조기술, ICT’로 분류하고 두산에서 이런 기술을 활용해 원거리 모니터링, 중장비의 원격조정 스마트팩토리 구현 등을 발표했다.
주영섭 前 중소기업청장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혁신은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과 창업에 큰 기회가 된다는 게 주 前 청장의 메시지였다.
한국 기술혁신 3위·인적자원은 9위… 부족한 부분 개선해야
13일 포럼에서 가장 눈길을 끈 발표는 WEF 제조업의 미래위원회의 프란시스코 베티 팀장의 ‘4차산업혁명 제조의 혁신 준비도’다. 베티 팀장은 ‘제조업의 미래 국가별 준비 상황(Country Readiness for the Future of Production)’ 세션에서 세계 100개국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 상황을 발표했다. 이 자료는 제조업의 미래위원회가 중간 분석한 결과로, 향후 보완을 거쳐 내년 다보스포럼에서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베티 팀장은 100개 국가를 4차산업혁명의 준비가 잘된 ‘글로벌리더그룹(Global Leaders)’, ‘하이포텐셜그룹(High Potential·장래 발전 가능성이 큰 국가들)’, ‘레거시챔피언그룹(Legacy Champion·현재는 강하지만 미래 위험성이 큰 국가들)’, ‘미개발그룹(Follower)’으로 구분했다.
이 결과는 세계 각국의 제조업 기반(산업의 다양성과 제조업 생산성), 기술혁신, 인적자원(노동력의 교육 수준과 기술혁신에 대한 대응 능력), 국제 교역과 투자, 제도(기술적 발전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의 효율성), 지속 가능한 자원관리, 시장 상황 등 7개 분야, 총 86개 항목에 대한 자료를 비교 분석해 도출됐다.
여기에 따르면 4차산업혁명 준비가 가장 잘 된 국가는 독일과 스위스, 미국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싱가포르, 일본,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가 글로벌리더그룹에 속했고, 특히 싱가포르의 혁신 추진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기술혁신 수준은 세계 주요 20개국 가운데 미국 독일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만들어낼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인적자원 수준은 9위에 머물렀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노동력의 대응 능력과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수준이 뒤떨어진다는 의미다. 또 국제 교역과 투자 부문은 13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제도의 효율성은 9위, 자원의 재활용 등 지속 가능한 자원관리 수준은 19위에 머물렀다.
베티 팀장은 “제조업에서 각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상황 분석이 절대적인 잣대가 될 수는 없지만 국가별 준비 상황을 비교할 수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리더그룹으로 제조업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잘 준비하고 있지만 인적자원 등 부족한 부분은 국가적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미래 조명하는 계기 마련
12개 국가에서 온 40여 명의 전문가들은 제조 혁신을 위한 정부 정책 실천 방안, 기업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구체적 사례, 제조 혁신을 위한 국가 간 협력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와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동서발전, 두산중공업, 현대 미포조선, 현대자동차 등에서도 참석해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김동섭 UNIST 4차산업혁신연구소장은 “이번 포럼에는 WEF 제조의 미래위원회에서 지난 2년간 연구 결과를 처음 공개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며 “기술의 혁신뿐 아니라 고용창출 기회와 실제 사례를 통해 산업도시 울산의 미래를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포럼 둘쨋날에는 스마트 제조의 리더인 독일의 쥴케 교수와 스위스 로잔 공대의 키리치스 교수의 특별 강연을 통해 ‘스마트 공장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 대표기업인 포스코, 현대중공업, SK에너지, 동서발전 등도 4차 산업혁명 혁신 기술 적용 사례를 발표했다. 일본의 로봇 전략과 성과, 스위스의 스마트 공장 현황, 독일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시스템도 소개됐다.
특별행사로는 3D 프린팅 업체 50여 개가 참여하는 전시 및 체험행사인 ‘3D 프린팅 갈라 in ULSAN’와 최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 해수전지, 드론, 차세대 태양전지 등 혁신적 기술이 전시돼 참가자들의 이목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