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나 유리창, 건물 외벽 등에 붙여 전기를 만드는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가 개발됐다. 햇빛을 흡수해 뜨거워진 부분과 나머지 부분의 온도차를 이용하는 원리다. 온도차를 20.9℃까지 벌릴 수 있어 발전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최경진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태양광과 열전 소재를 융합한 신개념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에 광흡수 시스템을 도입한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Wearable solar thermoelectric generator)’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열이나 빛, 압력 등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말이다. 이중 지열이나 태양열, 체열처럼 버려지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소자는 열전 발전기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체온과 대기의 온도차를 이용하는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 개발이 활발하다. 하지만 둘 사이의 온도차는 1~4℃에 불과해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 어려웠다.
최경진 교수팀은 온도차가 적다는 문제를 ‘광흡수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유연한 기판 가운데에 광흡수체를 얇게 쌓아올려 햇빛을 흡수하고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생긴 온도차는 최대 20.9℃까지 커졌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정연수 UNIST 신소재공학부 석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의 온도차를 확보했다”며 “열전 발전기의 출력은 온도차이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출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온도차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열전 재료로는 비스무스 텔루라이트(Bi₂Te₃) 가 쓰였다. 이 물질은 원래 딱딱한 막대 모양의 반도체로 만들었는데,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로 활용하기 위해 잉크 형태로 만드는 사례가 많아졌다. 최 교수팀도 비스무스 텔루라이트를 잉크 형태로 바꿔 기판 위에 인쇄했다.
▲유연한 기판에 광흡수체를 적층시키고, 잉크 형태로 만든 열전 재료로 열전 레그를 그려서 완성한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의 모습. 54초경에는 열화상카메라로 각 부분의 온도차를 측정한 모습도 나온다.
연구진은 폴리이미드로 만든 유연한 필름 가운데에 광흡수체(Ti/MgF₂)를 얇게 쌓아올려 기판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광흡수체 좌우에 각각 5쌍의 p-n 열전 레그(Thermoelectric leg)를 그렸다. 열전 레그는 온도차로 생긴 에너지 때문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 일종의 반도체다. 10쌍의 p-n 열전 레그로 구성된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는 햇빛에 노출됐을 때, 55.15mV의 개방 회로전압과 4.44μW의 출력 전력을 나타냈다.
최경진 교수는 “이번 연구로 개발한 태양광-열전 발전 기술은 소형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자가충전 기술로 응용 가능하다”며 “향후 웨어러블 전자기기 산업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에너지(Nano Energy, IF: 12.34) 9월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울산광역시(시장 김기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이병권), UNIST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KIST-UNIST 울산 융합신소재 공동연구센터(KUUC)’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