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덜컹거림까지 흡수하면서 스마트폰을 고정시키는 거치대를 만들었습니다. 자전거나 스쿠터, 전동킥보드 등을 탈 때 스마트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요.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인정받아 무척 기쁩니다.”
올해 3월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김준호, 한재린 학생이 ‘2017 K-디자인 어워드’에서 동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자전거용 스마트폰 거치대, ‘라이더 엑스(RIDER X)’다. 김준호 학생(이하 김준호 대표)은 2년 전부터 ㈜디자인드 디자인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제품 개발에 몰두했으며, 한재린 학생은 최근 이 기업에 합류했다.
라이더 엑스는 자전거 앞부분에 부착하는 형태이며, 이름처럼 알파벳 X자 모양을 닮았다. X자 가운데에는 마운트가 있어 스마트폰 케이스에 미리 부착한 마운트와 맞물리게 돼 있다. 스마트폰을 마운트에 맞춰 갖다 댄 뒤 살짝 회전시키면 단단하게 고정된다.
김준호 대표는 “라이더 엑스는 스마트폰을 단단하게 고정시킬 뿐 아니라 충격까지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4개의 인장스프링 덕분에 자전거가 덜컹거리는 진동과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학부 전공시간에 배운 지식에서 나왔다. 김준호 학생은 울산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수업 중에 자동차 시트를 만들 때 충격을 완화하는 구조가 나왔는데, 이것을 라이더 엑스에 응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초기에 설계된 모습은 너무 투박했는데 디자이너들이 투입되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현재 모습이 됐다”며 “아시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K-디자인 어워드에서 첫 제품으로 수상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배운 걸 제대로 써먹기 위한 ‘창업’
㈜디자인드디자인은 ‘배운 공부를 제대로 써먹기 위해’ 시작된 기업이다. 또래 친구들이 도서관에서 영어와 인‧적성검사 등 비슷한 공부를 하는 모습을 목격한 김 대표가 다른 생각을 품었던 것.
“저도 평범한 직장인이 되려고 취업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영어와 인‧적성검사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반짝 필요할 뿐 ‘진짜 공부’와 거리가 멀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대학에서 배운 공부를 써먹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창업까지 하게 됐어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실적도 좋고 회사 운영도 순탄한 편이다. 창업 후 2년 동안 6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중 4건을 등록했다. 또 각종 스타트업 공모전이나 디자인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려나가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사실 지금까지도 취업한 것보다 훨씬 힘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스스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팀원들이 계속 꿈꿀 수 있도록 시장에서 꾸준히 인정받고 싶다”며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꼭 성공해서 다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이나 엑셀러레이터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이 기업에는 김준호 대표를 비롯한 직원 5명과 인턴 2명, 총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UNIST 학생은 4명이다. 핵심 사업은 하드웨어를 개발해 제품화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미 시장에 출시한 라이더 엑스에 이은 다음 제품으로는 스마트 전조등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다진 ‘경영 전략’
김준호 대표는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디자인드 디자인을 더욱 내실 있게 키우고 있다.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을 만들고 이를 운영해가는 실무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재린 학생처럼 뜻이 맞는 동료를 만난 것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그는 “마케팅이나 회계 등 경영학적 지식이 많이 부족해 회사 운영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술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며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경영전략을 세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UNIST의 지원으로 많은 성장의 발판이 되는 많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자인드디자인은 UNIST의 지원을 받아 SK청년비상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단계 사업화 지원까지 받게 돼 서울 명동에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2000만 원의 창업 지원금, 향후 최대 1억 원의 창업지원금을 받을 기회까지 확보했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이 신용보증기금과 MOU를 맺은 덕분에 최대 10억 원의 보증지원도 가능해 1년차 4억 원이라는 귀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좋은 동료를 만났고 큰 상을 받은 것을 격려로 삼아 더욱 분발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뿐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과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K-디자인 어워드는 매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다양하고 우수한 디자인을 선별하는 국제 공모전이다. 디자인 포 아시아 어워즈(DESIGN FOR ASIA AWARDS), 골든핀 디자인 어워드(GOLDEN PIN DESIGN AWARD)와 더불어 아시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권위 있는 상이기도 하다.
올해 시상은 산업, 커뮤니케이션, 공간 세 부문의 시상으로 나눠 진행됐다. 작품 공모는 지난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됐으며 미국, 한국, 일본 등 약 31개국에서 약 3,100여 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전 세계 9개국 30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결정했고, 지난 8월 26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시상식장에서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700여 명이 넘는 참관객들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