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에나 나쁜 학생이 있습니다. 몰려다니면서 그냥 싫다는 이유로 친구를 따돌리고 괴롭히죠. 그런데 나도 모르게, 왕따를 시킬 마음이 없었는데 친구를 따돌릴 때가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내가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대체 왕따는 어떨 때 생길까요?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자가 나섰습니다.
안데르센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보면 단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기 오리들은 아기 백조를 괴롭힙니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런 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외모가 조금 특이하거나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해서 무리에서 따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악의를 가지고 따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의도치 않게 친구를 소외시키기도 합니다.
무리가 모두 같은 걸 좋아할 때 이런 일이 발생하곤 하는데요. 다른 의견을 말했다가 핀잔을 들으면 어느 순간부터 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본인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입을 다뭅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자연스럽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지요.
소속감 느끼려고 무리 짓는다
그럼 대체 어떨 때 왕따가 생길까요? 김필원 UNIST 수리학과 교수는 어떤 경우에 큰 무리에서 작은 무리가 떨어져나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무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했습니다.
먼저 n명이 가지는 감정을 1×n 행렬 벡터로 만들었습니다. i번째 사람을 좋아하면 1, 싫어하면 -1, 자기 자신은 0으로 정해 쭉 나열한 겁니다. 무리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뭉쳐 소속감을 느끼고 싶을 때 생긴다고 가정했습니다. 즉 소속감을 무리를 만드는 지표로 봤지요. 예를 들어 다니엘과 지훈이 서로 좋아하고, 다니엘과 성우가 서로 좋아하면 지훈과 성우의 관계에 상관없이 다니엘을 중심으로 지훈과 성우가 같은 무리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소속감은 무리의 크기가 클수록 높아집니다. 무리가 작아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소속감이 높아지지요. 즉 소속감은 무리의 크기와 동질감에 비례합니다. 하지만 둘 중 어떤 값을 중요시 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비례 상수 α를 도입해 소속감을 수치화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이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수시로 자신의 감정을 바꾼다고 가정하고, 감정 변화에 따라 무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즉 초기 감정만 정해준 뒤 감정을 바꿀 기회를 35번 줬을 때 무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알아본 겁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무작위로 수를 발생시켜 수차례 실험한 것을 토대로 실제 값을 예측하는 방법.)
그 결과 무리의 크기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면(α<1) 모두가 같은 무리에 속하고 한 명만 떨어져서 나왔습니다. 반대로 동질감을 높이는 데 관심을 뒀더니(α>1)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재빨리 뭉쳐 작은 무리가 여러 개 생겼지요.
무리를 키우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좋아하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니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A가 B를 좋아하지 않아서 서로 다른 무리일 경우 B만 마음을 바꾸면, 두 무리가 연결돼 무리가 확연히 커지게 되니까요. 반대로 동질감을 높이려면 무리가 싫어하는 사람을 같이 싫어하면 됩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겠지만 무리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지요.
만약 무리의 크기와 동질감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면 어떻게 될까요? α=1이라고 가정하니 왕따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한 무리로 뭉치는 일이 절반 이상 일어났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몇몇이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면 동질성을 높이기 위해 모두가 싫어하는 감정을 갖게 돼 혼자만 떨어져 나가게 된 겁니다. 싫어하는 감정을 가지면 손해를 입게 만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무리끼리 경쟁하면 반드시 왕따 생겨
소속감에서 비롯된 왕따는 소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괴롭힘은 어떨 때 생길까요?
김 교수는 개개인의 감정은 빼고, 오직 무리 간의 경쟁에만 주목했습니다. 경쟁해서 이기면 이긴 무리가 진 무리의 자원을 탈취하되 뺏어오는 양이 두 무리의 크기 차에 비례한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경쟁이 끝나면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자원을 나눠 갖게 했지요. 사람들은 자기가 이득을 더 얻는 쪽으로 무리를 옮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리를 옮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왔을 때 무리의 자원이 늘어날 때만 무리를 바꿀 수 있지요.
그 결과 항상 왕따가 생겼습니다. 경쟁해서 얻는 이익이 크다보니 자꾸 다른 무리와 비교하게 되고, 그 이익을 늘리기 위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따돌린 겁니다. 사실 무리가 커지면 이득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큰 무리를 이루려고 애를 씁니다. 문제는 많은 경우 협조가 아니라 작은 무리나 개인을 괴롭혀 탈취한다는 거지요.
김 교수는 “경쟁사회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얻는 이득이 지나치게 크면 소외되는 집단 혹은 개인이 생긴다”면서, “학교에서는 경쟁보다 협동과 상생이 언제나 우선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왕따처럼 사회 안에서 적대적인 관계가 왜 생기는지를 수학식으로 만들어 설명하는 연구를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 시사점을 줄 뿐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수학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하루 빨리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접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봅니다.
글: 조가현 기자(gahyun@donga.com) | 도움: 김필원(UNIST 수리학과 교수)
참고 자료: 김필원 ‘A Simple Model of Ostracism Formation’, ‘Ostracism Formation : Game Theoretical Analysis’
※ [박스] 사람 사이의 문제 연구하는 복잡계
사람 사이에 생기는 여러 문제를 수학과 물리학으로 설명하려는 것을 ‘복잡계’라고 합니다. 개개인은 착한데, 뭉쳐서 나쁜 짓을 하는 경우가 있지요. 개개인의 특성만으로는 어떤 행동을 설명하지 못하고, 상호작용을 적용했을 때 설명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수학식을 세워 푸는 것을 복잡계 연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본 기사는 2017년 10월 ‘수학동아’에 “나도 모르게 왕따 가해자?! 왕따가 생기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