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하게 ‘에너지상품거래 및 금융공학 과정’을 운영하는 UNIST가 ‘국제 트레이딩 컨퍼런스’를 열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전망과 ‘동북아 오일허브’를 꿈꾸는 울산시에 필요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UNIST 융합경영대학원과 울산광역시는 10월 24일 울산롯데호텔에서 ‘제7회 국제 트레이딩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석유 생산·정유업체, 국제 트레이딩·금융·운송업체 등 석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다.
국제 트레이딩 컨퍼런스는 세계 4대 오일허브를 꿈꾸는 울산의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추진된 행사다. 201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석유 거래를 비롯한 에너지상품거래 분야에서 필요한 의제를 제시하면서, 동북아 오일허브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왔다.
올해 컨퍼런스는 ‘기술 혁신과 에너지 상품 시장’을 주제로, 기술 발전이 에너지 산업에 가져올 영향을 분석‧전망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또 여기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우고,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거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장도 마련됐다.
정무영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술 혁신으로 인한 여러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에너지 시장의 전망에 통찰력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를 연사로 모셨다”며 “이 자리를 통해 관련 분야 종사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과 환경 변화를 짐작하는 힌트를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4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으로 울산이 동북아 오일허브로 성장할 법적 기반을 갖췄다”며 “울산이 글로벌 에너지산업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정보 제공과 인프라 구축에 이 콘퍼런스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에너지 시장 개편… “동북아 오일허브에 유리할 것”
기조연설에서는 토머스 리(Thomas Lee)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초청됐다. 토머스 리 수석은 420명이 일하는 에너지정보국의 유일한 한국인으로 2000년부터 에너지 분석 파트에서 일해 왔다.
그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빅데이터와 에너지 정보 및 시장 변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낮은 유가가 지속됐지만, 기업들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앞으로도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변화가 에너지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토마스 리 수석은 “실제 데이터든 인공지능이 분석한 값이든 시장에는 많은 정보가 존재한다”며 “이런 정보는 가격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양질의 정보를 얻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빅데이터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날 진행된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이 늘어도 석유 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40년에도 세계 에너지 소비의 3분의 2 이상이 화석연료가 된다는 것.
또 브랜트 원유가격이 연평균 약 3%씩 증가해 2040년에는 배럴당 109달러, 높게는 226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평균 990만 배럴로 960만 배럴을 생산하던 1970년대 기록을 뛰어넘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도 예측했다.
그는 “셰일혁명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다원화하고 있다”며 “한국의 동북아 오일허브 육성에 유리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 오일허브’ 성공 위해선 특별법 제정 필요
또 다른 기조연설자로 초청된 이재훈 SK가스 대표는 ‘셰일혁명과 에너지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을 소개하며, 트럼프 정부의 등장과 글로벌 환경정책(파리기후협약 등) 등 변화된 환경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미국발 셰일혁명은 중동의 석유시장 주도권을 약화시킨 것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등 세계 가스시장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가격 구조를 재편했다”며 “이런 변화는 동북아 오일허브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 오일허브사업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그는 2009년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으로 시작된 울산항 개발사업의 지금까지 추진상황을 설명하고, 향후 남은 과제를 언급했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2010년부터 2026년까지 울산항 신항 일원에 1조 9,23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울산을 세계적인 석유 물류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금융허브로 만들려는 목표로 추진됐다.
강 연구위원은 “오일허브는 석유제품 생산과 공급,저장 중개 거래 등 석유에 관한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동북아 오일허브 조성은 단기적으로 3조 6000억 원, 장기적으로는 60조 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경제효과에도 불구하고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 외에는 오일허브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된 게 없다”고 말하며 특별법 등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싱가포르 오일 가격평가회사인 아르거스의 한웨이응 아시아상품에디터는 “싱가포르 주롱섬은 엑슨모빌, 셰브론 등 90여 개 글로벌 석유 관련 기업이 아시아 최대 규모 정제공장과 오일 저장소, 트레이딩 사무소를 두고 있다”며 “석유화학 기업들에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는 등 규제개혁으로 세계 3대 오일 허브로 발전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히로아키 노리타 일본 JX닛폰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동북아 지역의 석유 거래 활성화 전략’을 화두로 두 번째 주제발표를 이었다. 베티 심킨스 미국 오클라호마대 교수와 힐러리 틸 콜로라도대 상품연구센터 연구원, 조너선 바텐 호주 모나시대 교수 등은 에너지시장의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놓고 발표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울산시, 울산항만공사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했다. 김기현 울산시장,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정무영 UNIST 총장, 박종훈 화학네트워크포럼 대표,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