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기술, 산업, 문화 등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 삶의 필수 요소인 에너지 분야도 다르지 않다. 에너지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에너지 4.0 시대로의 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에너지 4.0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지능적 제품생산, 스마트한 에너지 사용이 특징이다.
차세대 에너지 연구를 중점으로 수행하는 UNIST에서도 에너지 4.0 시대를 열 원천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그 중 가장 각광 받는 연구 성과는 ‘해수전지’다. 해수전지는 해수를 에너지원으로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다. 우수한 경제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에너지 분야를 선도할 기술이다.
팔방미인 해수전지, 경제성·친환경성·안전성을 모두 갖추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은 세계 전지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희소금속인 리튬은 고갈 위험과 비싼 가격 등의 문제를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전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해수전지는 그 대안 중 하나다.
해수전지는 해수를 소재로 전기에너지를 저장, 사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다. 해수전지는 바닷물 속 소듐 이온(Na⁺)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저장한다. 충전시 금속 집전체 혹은 탄소재료로 만든 음극 소재에 해수에서 추출한 소듐이온이 쌓이며 전기를 저장한다. 소금(NaCl) 성분 속 소듐이온이 분리되면 염소 이온(Cl⁻)은 기체가 되어 날아가고, 이 과정 속에 바닷물은 담수로 변한다.
해수전지는 사실상 무한한 자원인 해수를 주원료로 사용하여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갖췄다. 더불어 리튬 이온 전지의 약점인 침수에도 안전하며, 전기사용과정에서 해수담수화까지 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해수전지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으로 주목받는다. ESS는 신재생에너지 혹은 송전망에서의 유휴 전기를 저장하여 필요한 시간에 사용한다. 해수전지를 활용한 ESS가 활성화되면 가정, 산업에서의 전기사용은 물론 대형건물에서의 효율적 에너지 활용도 도울 수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 비상전원으로 활용하면, 침수 등 위기상황에서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선박 등 해양 시설물에서도 예비 전력으로 활용도가 높다.
UNIST, 최초 개발을 넘어 신산업 육성으로
김영식 교수(에너지및화학공학부)는 2015년 세계 최초로 해수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UNIST에 터를 잡은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같은 해 김 교수는 벤처기업 ㈜포투원을 창업해 해수전지 표본과 시험용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해수전지 관련 기술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UNIST의 해수전지 연구는 201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미래선도형특성화 사업으로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도 주목하는 연구로 울산시에서도 지원받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전임교원 및 연구원 70여 명이 해수전지 소재 및 성능 실증 분야에 힘쓰고 있다.
해수전지의 가능성을 알아본 에너지 공공기관들과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UNIST는 지난 1월 한국전력공사,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총 50억 원의 연구비 투자를 받으며 공동 연구에 나섰다. 한국전력과는 셀의 최적화와 규격화를, 동서발전과는 대량생산을 위한 시험 가동 설비 구축과 출력 향상을 위한 해수전지팩 개발을 진행한다.
지난 5월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손잡고 해양 관련 분야에 해수전지를 이용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침수의 문제가 없는 해수전지를 이용해 바다 위의 부표나 해양 카메라, 선박의 비상 전원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UNIST는 올 10월 말 개관을 목표로 ‘해수자원화 전력시스템 전시관’을 구축 중이다. 전시관은 실증시험과 전시/홍보 기능을 겸한 리빙랩(Living Lab)으로, 해수전지 기술이해를 위한 전시/홍보공간과 해수전지 기반 ESS의 일반 가정 적용 모델을 보여줄 룸인룸 공간으로 구성된다. 특히 룸인룸 공간에서는 LG전자로부터 무상 기증 받은 가전제품이 신재생 발전설비, 해수전지 ESS와 연결돼 실생활에서의 기술 적용을 생생히 보여줄 예정이다.
해수전지 연구의 미래
해수전지는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다만 아직 충분한 출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의 해수전지는 15Wh급 출력으로, 이는 LED TV 한 대를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출력을 10kWh까지 끌어올려 일반 가정의 소비전력량을 확보하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가정용 해수전지를, 2022년부터 산업용 전지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해수전지는 신개념 전지 원천기술 확보 및 신사업 모델 제시를 통해 국내 4조 원, 해외 47조 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수전지 연구는 신산업 창출과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고, 원전 등에 대한 국민 불안감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UNIST-전자신문 공동기획 더 보기>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1) 프롤로그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2) 에너지4.0을 선도하라, 해수전지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3) Uni-Brain, 차세대 인공지능 이끈다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4) ‘페로브트로닉스’ 기술허브, UNIST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5) 차세대 의료영상 기술, 광음향 내시경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6) 무(無)에서 유(油)를 창조, CCR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7)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