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부 교수 3명이 청암 사이언스 펠로(Science Fellow) 9기에 선정됐다. 그 주인공은 김재익 교수와 박정훈 교수, 이자일 교수다. 이들은 2018년부터 2년간 7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생명과학 분야의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청암 사이언스 펠로는 ‘과학자 신인상’으로 꼽히는 포스코청암재단의 신진과학자 육성 프로그램이다. UNIST는 올해 KAIST, 서울대(각 4명)와 함께 다수의 펠로를 배출한 대학으로 기록됐다. 세 대학 외에는 모두 1명씩의 펠로가 선정됐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4개 분야 기초과학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여기에 융합과학 분야가 더해졌는데 박정훈 교수가 유일하게 뽑혔다.
박정훈 교수는 살아있는 뇌를 초고해상도를 보는 광학현미경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이미 ‘다개구 보정광학 현미경(Multi-Pupil Adaptive Optics, MPAO)’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살아있는 쥐의 뇌를 고해상도로 관찰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논문은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실려 크게 주목받았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박 교수는 “생명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험실에서 만든 인위적인 공간이 아닌 원래의 자연스러운 환경에서의 상호작용을 관찰해야 한다”며 “기존의 현미경의 해상도 한계를 넘어서 살아있는 상태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는 기술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자일 교수는 생물물리학을 이용해 분자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이 교수는 유전자 손상을 복구하는 원리를 생물물리학적인 관점으로 풀겠다는 주제로 펠로에 뽑혔다. 우리 몸의 DNA는 자외선, 방사선, 독성물질, 담배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매순간 손상되지만, 자연스럽게 복구돼 건강하게 생명을 이어간다. 이 교수는 바로 이 부분을 생물물리학으로 풀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학자 신인상’으로 불리는데다 올해 경쟁률은 11대 1 정도로 치열했다는 점에서 펠로로 선정된 게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앞서 UNIST에서 배출한 펠로들처럼 좋은 연구를 하면서 한국의 생물물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재익 교수는 파킨슨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파민성 시냅스 신호 전달의 기능 변화를 연구할 계획이다. 신경전달 물질중 하나인 도파민은 뇌에서 학습, 기억, 보상, 동기행동 및 수의운동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에서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는다고 알려졌지만, 병의 주요 중상들이 나타나기 전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도파민성 시냅스의 기능 변화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들이 나타나기 전에 도파민성 시냅스의 기능에 먼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예상하는데,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이런 부분들을 동물 모델로 연구하고자 한다”며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는 생물학적인 근본 원리를 밝히고, 재현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초과학 분야는 새로운 현상 및 원리를 발견해 인류의 지식과 문화유산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병을 고치거나 인류의 건강 증진 및 보건 향상으로 이어지면 더 좋을 것”이라며 “그렇게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연구를 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9기 청암사이언스펠로십 수여식은 지난 10월 11일 포스코센터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권오준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포스코 회장), 포스코사이언스펠로 9기 32명, 포스코사이언스펠로 선배 기수 16명, 선발위원장인 이범훈 서강대 교수, 박종일 서울대 교수, 안지훈 고려대 교수, 신의철 카이스트 교수 등 60명이 참석했다.
권오준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은 격려사에서 “철강이 기초 산업인 것처럼 수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응용과학이 발전할 수 있다”며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선정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초과학 연구를 튼튼히해 학문적 진리를 탐구할 뿐 아니라, 연구결과가 산업이나 생활에도 직결되는 실용적 연구에도 힘 쏟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