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명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의료 생명과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큰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다. 특히 현대 의학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생체 영상 기술은 관련 기반 기술의 빠른 발전에 힘입어 급속하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중 내시경 기술은 X-ray와 초음파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MRI보다 앞서는 순위로, 그 비중과 중요성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현재 전 세계 의료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초음파, 내시경 기기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면 기술 사업화의 긍정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UNIST는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단층 내시경 기술을 향후 핵심적인 연구브랜드로 키울 예정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광음향 내시경술을 통해 새로운 의료 진단 시대를 선도할 산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광음향 내시경, 초음파 내시경 한계 극복해 암 진단 획기적으로 개선
광음향 현상(Photoacoustic Effect)은 물질이 펄스 형태의 빛을 흡수할 때 그 에너지가 역학파(Mechanical Waves), 즉 초음파로 변환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빛을 흡수할 때 물질은 국부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서 팽창하는데, 이것이 음파로 변환돼 매질 내에 전파한다. 광음향 내시경은 이 효과를 이용한다. 생체에 레이저 펄스를 비춰, 진단 영역에서 발생하는 초음파를 기존 초음파 감지 기술을 사용해 영상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영상기술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광음향 원리를 이용한 영상 방식은 색상 정보를 제공하는 데다 이론적으로 침투 가능한 영상 깊이가 10cm 이상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 기존 초음파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가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내시경 기술은 질병 부위의 단순한 관찰을 넘어 그 활용 방식과 형태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정밀 진단을 위한 샘플 채취, 보조 기구의 삽입, 내시경 수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외에도 각종 시술법이 새롭게 개발되는 중이다.
그중 EUS(Endoscopic Ultrasound, 초음파 내시경술)는 현재 임상에서 단층 내시경술을 대표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장기 표면에 대한 영상 정보만 제공하던 기존 비디오 내시경 및 캡슐 내시경과 달리, 장기 내부의 해부학적 구조와 병변의 침윤 깊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더불어 현재 상용화된 기술 중 유일한 비파괴 영상 방식 단층 내시경 기술이기에 앞으로도 그 비중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US는 특히 췌장암 진단 분야에서 매우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특정 의심 조직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시술, 이른바 ‘미세바늘흡인검사(Fine Needle Aspiration)’가 이 기술의 대표적인 응용 예시다. 하지만 EUS는 근본적으로 초음파 영상 기술이 갖는 일반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연조직(Soft tissue)에 대한 낮은 이미지 대조(Contrast) 문제와 초음파의 특성상 조영제(造影劑)의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EUS에서 제공되는 초음파 이미지만으로는 명확한 병변의 상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UNIST가 개발 중인 광음향 내시경술(Photoacoustic Endoscopy: PAE)은 EUS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광음향 효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영상 기술들이 못 보여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해부학적, 기능적, 그리고 분자적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광음향의 이미지 대조 원리가 음파의 단순한 반사 현상을 활용하는 초음파와 달리 ‘광흡수’라는 차별된 원리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광음향 효과는 특히 혈액의 영상화에 강점을 갖고 있다. 광흡수가 좋은 혈액은 광음향 효과에 의해 선명하게 영상화된다. 더불어 광음향 기법은 그 원리상 림프, 신경 등 다른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서도 타 영상기법에 비해 그 영상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능적 활용 가능성도 높다. 동맥과 정맥의 성분 차이를 이용, 레이저 파장을 조정하면 각 기능별로 영상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산소 포화도를 토대로 관찰하면 각 조직의 대사율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광음향 효과는 조영제 사용이 자유롭기 때문에 분자적 특성을 살린 각종 진단 기술의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광흡수율이 높고 암 조직에 잘 흡착되는 조영제를 개발한다면, 광음향 내시경을 사용해 암을 더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암 이외에도 각 질병의 고유한 생체자 특성을 발견한다면, 이에 맞는 파장을 이용한 진단을 가능케 할 수 있다.
UNIST, 임상 실험과 기술 창업으로 내시경 상용화 박차
양준모 자연과학부 교수는 2009년 당시 일부 개념만 존재했던 광음향 내시경술을 세계 최초로 완성 구현해 광학 및 레이저 분야의 국제 권위지인 ‘옵틱 레터스(Optics Letters)’에 게재했다. 2012년에는 광음향 내시경술을 기존 초음파 내시경술의 시스템에 통합해 광음향-초음파 융합 내시경(PAE-EUS)을 구현했다. 양준모 교수는 이를 통해 관련 기술의 높은 의학적 잠재력과 실용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의 핵심은 현재 병원에서 쓰이고 있는 내시경들이 갖는 일반적인 형태와 크기 내에 광음향과 초음파 영상의 기능을 동시에 갖는 내시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관련 특허를 4개 이상 출원했고, 올해 안에 첫 내시경 모델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현재 UNIST는 기술을 임상적용 가능한 형태로 개발하기 위해 여러 관련 분야 교수들과 함께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고려대 의과대학 소화기 내시경 센터 등과 공동으로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영상의료·의료기기 분야로 ‘수출형 연구’ 폭 넓힌다
그간 의료 영상 분야에서는 여러 다양한 형태의 신기술이 등장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영상 깊이 측면에서의 성능이 미흡해 실제 임상으로는 적용되지 못하고 실패했다. 하지만 광음향 기술은 앞서 언급한 여러 유용한 영상 정보들을 기존의 초음파 영상 기술에 상응하는 영상 깊이에서도 제공해 줄 수 있어, 최근 등장한 기술들 중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기술로 평가 받고 있다.
UNIST는 높은 의학적 잠재력을 갖고 있는 광음향 내시경술 관련 기술 개발과 그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연구진은 현재 소화기 암 중 가장 치명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췌장암 진단에 적용하는 것을 제1 목표로 설정했다. 이후 더 다양한 진단과 치료 영역으로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여러 소화기 암의 조기 발견 및 정밀 진단에 기여할 새로운 영상 진단 기술을 개척하는 것이다. 더불어 경식도 심장 진단술 및 각종 중재술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효과적 기술 사업화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광음향과 내시경 기술에 관련된 회사를 창업할 계획이다. 또 광음향 내시경술 개발이 관련 영상 기술의 소형화도 구현해 향후 ICT 영역으로 응용도 추진한다.
광음향 내시경술은 다양한 응용영역의 창출과 신산업 구축의 기반이 될 것이다. UNIST는 이를 통해 영상의료 및 의료 기기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수출형 연구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UNIST-전자신문 공동기획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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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7)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