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눈앞의 위기다. 세계가 함께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점차 늘어나는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도 있다. UNIST가 추진 중인 CO₂를 이용해 수송용 연료를 생산하는, 말 그대로 무(無)에서 유(油)를 창조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 자원화를 차세대 핵심 연구브랜드로 육성해 기후변화 대비와 동시에 사업기회를 창출하려는 UNIST의 여섯 번째 K-사이언스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UNIST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활용(Carbon Capture & Utilization, CCU) 방안 중 이산화탄소의 휘발유로 전환하는 기술에 집중했다. 이재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연료유 직접 전환 촉매’를 개발해 이산화탄소의 자원화(Carbon Capture & Resource, CCR) 가능성을 제시했다. 더불어 태양광 수소 생산 기술도 제안해 이산화탄소를 연료유로 전환하는 과정에 필수적인 수소를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UNIST 차세대 촉매 센터와 탄소자원화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연구진이 CCU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향후 국책 사업 참여 등을 통해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고 국내 기업에 우선 적용하는 게 목표다. 국내 현장 적용에 성공한다면, 세계 시장에도 공정 패키지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실가스를 자원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2015년 발효된 파리기후협약으로 기후변화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2위의 대한민국도 온실가스 처리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기존 국내 이산화탄소 처리 연구는 이산화탄소 저장(CCS, Carbon Capture & Storage) 방식의 기술개발에 집중해 왔으나, 지중 및 해양퇴적 암반에의 저장 방식은 지질학적 문제로 한계에 부딪쳤다.
이에 이산화탄소의 재활용·자원화를 통해 기후변화협약을 경제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의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골칫덩이로만 여겨지던 CO₂를 유용한 자원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탄소자원화 전략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의 전환, 재활용을 통해 화학소재, 제품 및 원료를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
산업분야에서도 관련 연구에 관심이 높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연료 등으로 전환함으로써 이산화탄소 절감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부가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UNIST, 차세대 촉매와 인공나뭇잎으로 CCR 비전 제시
이재성 교수는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연료유로 직접 전환하는 촉매를 개발했다. 2016년 발표한 이 연구의 핵심은 구리와 철로 이뤄진 ‘델라포사이트(delafossite)’ 촉매를 이용한 이산화탄소의 수소화 반응이다. 값싼 소재로 만든 촉매를 이용해 한 단계 반응만으로 연료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연구들이 두 단계 이상의 반응을 거친 것과 대조적이다.
연료유 생산 공정은 이산화탄소(CO₂)와 수소(H₂)를 반응시켜 휘발유로 사용할 수 있는 탄화수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와 수소, 두 가지 원료 확보가 중요하다. 이산화탄소는 저감 대상인만큼 풍부하지만, 수소를 얻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수소는 매장자원이 아니기에 천연가스나 납사(Naphtha)를 이용해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복잡하고 비쌀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 생산을 위한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광촉매를 사용해 만든 고효율 ‘인공나뭇잎’ 소자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나뭇잎의 광합성 반응 원리에 착안한 ‘인공나뭇잎’은 물과 태양광을 원료로 수소 연료를 생산한다. 이 교수팀은 2016년 12월 해조류의 광합성 원리를 이용, 태양에너지의 수소 전환 효율을 8%까지 끌어올리며 ‘인공나뭇잎’ 소자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UNIST 연구진의 최종 목표는 효율적 수소생산 기술과 이산화탄소 연료 전환 공정을 결합해 ‘이산화탄소 자원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소를 공급하고, 이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연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실험실 단계의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0년까지 산업현장에서의 시험 설비 구현을 통해 실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과 협력도 활발하다. 우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동서발전과 해당 기술 개발을 위해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차세대 촉매 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반구축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총 85억 원을 지원받고 있으며, 청정 수소 생산을 위한 연구도 산업기술혁신사업으로 2019년까지 70억 원이 투입된다.
온실가스 자원화 기술로 세계 시장 공략
UNIST는 태양광 수소 기술 개발 효율을 상용화 가능 수준까지 향상시키고, 추가 개질 공정이 필요 없는 연료유 생산 촉매 기술을 고도화한다. 이는 이산화탄소 자원화(CCR)를 UNIST를 대표하는 수출형 연구브랜드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국내에는 석탄화력발전, 제철소, 화학공장 등 CO₂를 다량 발생시키는 산업이 밀집돼 있다. CO₂ 저감이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산업계의 대응도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고도화된 설비로도 CO₂배출량을 통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면 산업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기대되는 효과가 매우 크다.
더불어 이러한 가치 창출형 CCU는 국내 산업현장을 넘어 해외 플랜트에의 적용과 수출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성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남들보다 앞서 기술을 상용화하고 이를 수출형 공정 패키지로 개발할 수 있다면 수십조 원 규모의 세계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
< UNIST-전자신문 공동기획 더 보기>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1) 프롤로그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2) 에너지4.0을 선도하라, 해수전지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3) Uni-Brain, 차세대 인공지능 이끈다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4) ‘페로브트로닉스’ 기술허브, UNIST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5) 차세대 의료영상 기술, 광음향 내시경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6) 무(無)에서 유(油)를 창조, CCR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7)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