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학생들이 지난 9월 23일(토)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된 노벨상탐구 발표경연대회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대회에선 총 3개팀, 7명의 UNIST 학생들이 금, 은, 동상 각 1개를 수상하며 노벨상을 향한 아이디어를 펼쳐보였다.
이덕영, 이준한, 박현재 3명의 자연과학부 학생으로 구성된 팀은 “고효율 상온 다강체(Multiferroics)에 대한 탐구 및 응용”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금상(기초과학연구원장상, 상금 100만원)을 수상했다.
또한 임채은, 남대현, 이승진 학생이 “생체 그물망을 이용한 암의 전이 예방”을 주제로 은상을, 최준용 학생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다강체 재료의 발굴 및 기초연구”를 주제로 동상을 각각 수상했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최하는 노벨상탐구 발표경연대회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기초과학 연구주제를 그 연구 성과가 학계와 인류사회에 미칠 영향력과 함께 제안하는 발표대회다. 참가자들이 연구주제와 영향력에 대해 발표하면, 심사위원과 다른 참가자들이 이에 대한 질문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대회는 ‘나의 상상력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한다’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이번 대회는 6월부터 2개월 간 심사접수를 진행해 8월까지 대학부 24편이 접수됐고, 예선을 거쳐 11개 팀이 경연을 펼쳤다. 본선에는 생리의학, 물리, 화학 등의 기초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출됐다.
국립과천과학관은 매년 ‘과학 노벨상을 말하다’ 행사 시리즈를 통해 노벨상의 의미와 기초과학 분야의 의미를 알리고 있다. 4회째를 맞은 올해는 노벨상탐구 발표경연대회, 노벨상 궁금증 대중 강연회(11월), 노벨상 시상식 토크 한마당(12월)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 아래는 금상을 수상한 이덕영, 이준한, 박현재 학생과의 일문일답.
Q1. 대회 수상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이준한(24, 자연과학부 물리학과, 이하 이): 대회 참가를 위해 정신 없이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준비기간이 짧아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쁩니다.
박현재(22, 자연과학부 물리학과, 이하 박): 저는 지금껏 어떤 대회에 나가야겠다, 무언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이번 수상은 제겐 자신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다른 도전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덕영(23, 자연과학부 물리학과, 이하 덕): 저는 지금 해외에서 인턴십을 진행하면서 대회에 참가했는데요. 처음에는 빠듯한 준비시간으로 ‘우리가 본선은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원들 모두가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힘써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멀리서 이 대회를 위해 날아와, 금상을 받을 수 있어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함께 열심히 준비한 시간들이 금상이라는 큰 상으로 칭찬 받은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Q2. 대회에 어떻게 참가하게 되셨나요?
이: 같은 연구실에 있는 덕영이가 어느 날 이런 대회가 있으니 함께 나가보자고 제안했어요. 문제는 그 이야기를 들은 게 연구제안서 제출기한이 2주 남았을 때였다는 겁니다. 짧은 시간 안에 준비를 하기가 빠듯했지만 평소 연구실에서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로 준비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고된 준비시간은 두 달이었는데, 2주 만에 제안서를 준비하려니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결국 마감시간을 1분 남기고 완성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하마터면 제출조차 못할 뻔 했죠.
덕: (웃음) 대회 함께 나가보자고 늦게 제안한 게 가장 미안하고 아쉽네요. 올해는 언제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일정이 나올지 갑자기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다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매년 ‘노벨상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작년부터 유니스트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진행하면서 공부한 내용들을 좀 더 발전시키고, 정리해서 연구제안서를 쓰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공부한 내용을 연구로 반드시 실현시켜보겠다는 추진력과 팀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답니다.
Q3. 발표주제인 상온 다강체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덕: 다강체(Multiferroics)는 강성(Ferro)을 여러 개 가진 물질을 말합니다. 강자성, 강유전성 등 물질 내 정렬을 통해 일정한 특성을 띄게 하는 것을 강성(Ferro)라고 해요. 일정 조건에서 이러한 특성을 갖게 되는 물질을 이용해 하드디스크 등 에 활용하고 있죠.
우리 팀이 관심을 가진 것은 이러한 강성을 동시에 다수 갖는 물질입니다. 한 물질이 여러 강성을 갖게 되면 그 활용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다만, 아쉽게도 다강성을 띄는 물질은 극저온 상태에서만 높은 효율을 갖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상온 상태에서 고효율을 갖는 다강체를 확보하고 그를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주제로 삼았습니다.
Q4. 상온다강체를 발표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 대회에 참가한 저희 팀 3명은 모두 오윤석 교수님의 연구실 소속입니다. ‘양자물질 특이 상전이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상전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다강체에 대한 연구는 교수님과 연구실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였어요.
대회의 발표 주제는 새로운 기초과학에 대한 제안이었어요. ‘우리가 평소 관심을 갖던 주제는 어떻게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주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덕: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진행하며, 평소 관심있던 주제 중 하나가 ‘다강체’였습니다. 만약, 다강체를 이용해서 소자를 개발하면 두 개 이상의 강성을 갖기 때문에, 집적도를 2배 이상으로 가진 메모리 소자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되요. 또 요즘 대세인 AI, 빅데이터와 더불어 정보화 혁명을 갖고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강체의 물리학적인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면 극저온뿐만 아니라, 상온에서도 다강성을 갖는 물질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주제를 택하게 되었답니다.
Q5. 앞으로 상온 다강체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면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이: 상온 고효율 다강체를 확보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저장매체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저장 공간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집적의 문제, 효율의 문제들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거든요. 작년에 무어의 법칙이 깨진 것이 대표적이죠. 저희는 다강체가 정보의 집적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런 이유로 상온 다강체에 대한 연구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논문도 발표되고 있어요. 저희 실험실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Q6. 수상과 관련해 오윤석 교수님께 특히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점이 그런가요?
이: 우선 다강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첫 번째입니다. 교수님이 연구실에서 직접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것이 저희한테는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실 다강체에 관련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잘 정립된 이론이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저희가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관련 논문도 찾아보고 정리해나가는 데 있어서, 교수님께서 오류를 짚어주시고, 전반적인 연구의 진행 방향 대해서 알려주신 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Q7. 노벨상 탐구 경연에서 수상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표하신 내용으로 계속 연구를 진행해나간다면 노벨상을 탈 수 있을까요?
이: 사실 우리가 연구한 주제는 기발한 신개념을 창출하는 건 아니었어요. 이미 제시된 개념의 효율과 성능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주제에 가깝죠. 그래서 사실 발표한 연구방향을 통해 노벨상을 받는 건 솔직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노벨상은 완전히 획기적 개념을 제안하고 그런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야 수상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웃음)
연구라는 게 목표를 세워놓고 하면 그 방향으로 잘 가기도 하는데, 어떨 때는 정해놓은 방향과 다르게 흘러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또 나쁜 게 아니고 그런 우연으로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더라고요.
우리가 이번 대회를 겪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대회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어요. 마감시간 1초를 남기고 제안서를 제출하고, 본선에서도 좌충우돌하며 겨우 발표를 마쳤죠. 저희가 생각했던 방향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또 결과적으로는 금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을 수 있었어요. 저와 친구들이 수행해나가는 연구가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덕: 작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이신 코스털리츠 교수님께서 “완전한 무지(complete ignorace)”가 있었기에 기존 과학에 도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하셨어요. 대회를 통해 많은 논문들을 읽어보고, 공부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다강체에 관해 모르는 것이 참 많아요. 과연 그분하고 비교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지한 저희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다보면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웃음)
박: 이번 대회는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자신감으로 남았어요. 평소에 ‘내가 해봐야 뭐 되겠나, 저런 대회에 나가서 뭘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수상을 해보니 뭐든 도전해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런 생각을 갖고 도전하다보면, 언젠가 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저 아홉 다리 중에 저희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