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에 생긴 결함(defects)이 한눈에 보이는 기술을 UNIST 연구진이 개발했다. 그래핀 상태를 간편하게 진단하는 것은 물론, 그래핀 결함이 생기는 원리와 과정까지 규명해 그래핀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권순용 신소재공학부 교수팀과 김성엽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은 구리(Cu) 기판에 성장시킨 그래핀 결함을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으로 간단히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핀을 공기 중에서 열처리해 구리 기판을 산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결함 있는 그래핀 아래쪽만 산화돼 붉은 ‘녹’ 자국이 생기므로 현미경으로 살피면 그래핀 결함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핀(Graphene)은 탄소 원자 한 층의 얇은 물질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에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강철보다 단단하고, 열이나 전기를 잘 전달하며, 유연한 성질이 있어 투명전극‧에너지용 전극‧차세대 반도체 등에 쓰일 ‘꿈의 신소재’로도 불린다. 그러나 대면적 그래핀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결함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웠다.
공동 제1저자인 조용수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대면적 그래핀은 대부분 구리 위에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화학기상증착(CVD) 기술로 만든다”며 “이때 그래핀에는 다양한 나노 크기의 결함들이 반드시 생기는데, 이를 빠르고 손쉽게 알아내야 상용화를 위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그래핀 결함을 찾아내는 기술은 있었다. 그래핀 위에 액정(LCD)을 코팅하거나, 자외선(UV)를 쪼여 달라진 부분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기술들은 다른 물질이나 장비가 필요한데다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을 공기 중에서 200℃ 이하로 열처리하면서 나타난 현상을 관찰하는 간단한 방법을 개발했다. 그래핀에 결함이 있으면 공기 중 수분이 스며들어 구리 기판을 산화시키는데, 이때 생긴 녹 자국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해 나노미터(㎚, 1㎚=10억 분의 1m) 크기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곽진성 신소재공학부 연구교수(제1저자)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그래핀 결함이 얼마나 심하고, 어떻게 분포됐는지 단기간에 대면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그래핀 결함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 결과를 전산모사기법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를 거뒀다. 화학기상증착으로 그래핀을 생성할 때 결함이 생기는 원리와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이다.
박순동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제1저자)은 “전산모사 결과, 공기 중 물 분자가 그래핀 내에 존재하는 특정 결함에서 분해되면서 산소가 나오는 게 파악됐다”며 “이 산소가 그래핀 표면으로 확산되고 구리를 산화시키므로 결함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래핀 결함이 구리 기판의 방향성과 화학증착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이번에 규명됐다. 이 연구를 주도한 두 교수는 향후 고품질 대면적 그래핀을 성장시키고, 결함을 미세하게 제어하는 데 이 기술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순용 교수는 “앞으로 구리 기반 전자소자 연결 소재 영역에서 그래핀을 도입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고품질 그래핀 시트(sheet)를 기반으로 다양한 차세대 전자소자에 그래핀을 적용하는 연구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신소재공학부의 신형준 교수와 이종훈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1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ICT R&D 과제를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