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최초의 변리사가 탄생했다. 올해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동문과 재학생 5명이 그 주인공이다.
제54회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UNIST 학생은 전승열(‘09학번), 이혜민(’10학번), 송민주(‘10학번), 이동재(’11학번), 김슬기(‘12학번) 학생 등 5명이다. 이들은 지난 11월 23일(목) 제2공학관 E101호에서 작은 토크콘서트를 열고 이공계 전문직 변리사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학생들은 토크콘서트에서 변리사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공부 방법 ‧ 합격 후 진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연 이후엔 참여한 학생들의 궁금증에 직접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변리사는 산업재산권을 다루는 전문자격사다. 변리사가 되면 산업재산권에 대한 상담, 권리취득이나 분쟁해결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다. 변리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이공계 지식이 필수적이며, 지식재산권법, 민법, 민사소송법 등 관련 법 지식도 풍부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변리사 시험은 매년 개최되며 1, 2차 시험을 통해 200여명의 합격자를 배출한다. 1차 시험은 산업재산권법, 민법, 자연과학 등의 과목을, 2차 시험은 특허법, 상표법, 민사소송법과 선택과목 1가지 시험을 치른다.
UNIST 최초 변리사 5인방은 연구중심대학 UNIST에서 공부하면서 연구와 기술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최초의 UNIST 출신 변리사, 후배에게 도움 되고파.
UNIST 1기인 전승열 동문은 아이디어를 문서화하는데 매력을 느껴 변리사에 도전했다. 그는 “수험생활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돌아보면 좋은 추억이 됐다”며 “유니스트 출신의 첫 변리사로서 후배들을 도울 수 있는 믿음직한 변리사가 되는 게 새로운 꿈이다”라고 말했다.
함께 합격한 송민주 동문은 수험기간 동안의 외로움을 고백했다. 학교에서 함께 변리사를 준비하는 동료를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공부하는 기간 동안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적었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며, “고민 끝에 변리사 시험에 입문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혜민 동문은 이번 시험 합격에 대해 겸손의 말을 전했다. 그녀는 “어려운 과정 끝에 합격했지만, 지식재산권법 지식을 겸비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를 끼운데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변리사 합격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분석하며 지식재산권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지키고 가치 창출하는 일에 매력 느껴
재학 중에 합격의 기쁨을 맛본 김슬기 학생은 합격의 원동력으로 연구실에서의 경험을 꼽았다. 연구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연구수행뿐 아니라 결과물로 얻은 기술의 가치를 지키는 일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 변리사에 도전한 계기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특허로 연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연구의 실질적 이용을 촉진해 수익을 창출해나가겠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이동재 학생도 재학 중 합격한 경우다. 그는 “변리사는 작은 생각들, 기술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들이 소중한 아이디어로 보호받을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발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가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변리사로 성장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구중심대학에서 변리사라는 진로가 생소하다는 질문에 대해 이동재 학생은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기에 변리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며 “산업재산권법 등 특허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함께한다면 연구의 가치를 지키고 확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UNIST Newscenter는 현재 재학 중인 변리사 합격자를 만나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래는 재학생인 이동재 학생, 김슬기 학생과의 일문일답.
Q 변리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이동재(’11,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어린 시절부터 발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특히 생활에서 불편한 부분,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고치는 것이 좋았다.
한겨울에 차를 운전하시는 아버지의 손이 찰 것 같아 핸들이 따듯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생각은 발명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실제 차에 적용된 핸들히터가 있음을 알게 됐다. 좋은 생각들을 특허로 만들어 보호하는 일이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던 계기였다.
UNIST에 입학한 것도 연구를 통한 아이디어의 생산과 그걸 특허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만난 현실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금씩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많은 연구실 생활은 내가 평소 생각한 발명과 차이가 있었다. 결국 발명과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하고 이를 촉진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변리사의 길을 택했다.
김슬기(’12, 나노생명화학공학부): 고교시절 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 알았다. 당시엔 인문계 학생이었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UNIST에 경영계열로 입학했다. 입학 후 수학, 과학 등 기초수업을 듣다보니 오히려 적성이 이공계 쪽에 맞다 느꼈다. 그래서 화학공학과로 전과를 했다.
연구실 생활을 1년 반 정도했다. 하지만 연구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오히려 연구결과를 특허로 등록하고, 이를 사업화하여 가치를 이끌어내는 일에 관심을 더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다시 변리사의 일을 만났다. 화학공학을 공부하며 얻은 이공계 지식과 인문계 전공으로 쌓아두었던 언어 역량을 결합하면 변리사로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Q 수험생활을 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이동재: 변리사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어려웠다.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 유일한 통로는 인터넷이었다.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주변사람이나 선배가 없었다. 처음 2차 시험을 치러 갔을 때, 우연히 학교선배를 만났다. 선배가 변리사를 준비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선배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던 게 많은 위안이 됐다.
김슬기: 마찬가지로 주변에 함께 공부하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다. 학교 내에 따로 스터디나 정보공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학교에 5명의 합격자가 있다는 것도 합격생 환영식에 가서 알게 됐다. 이번에 설명회를 개최하게 된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었다. 학교에 변리사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간단하게라도 정보를 공유하고 또 한편으론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위안을 주고자 했다.
Q UNIST는 연구중심대학이다. 변리사라는 커리어는 생소한 편인데.
이동재: 우리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연구자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변리사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연구의 결과가 특허로 이어지고, 또 산업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변리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가 최근 연구의 실질적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UNIST 출신 변리사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 생각으론 오히려 연구중심대학이기에 이를 보호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변리사 커리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를 수행하는 것의 중요성은 알면서도 지식재산권법 등 기본적인 특허 관련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다른 많은 것들이 중요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최초의 합격자라고 들었다. 한편으론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김슬기: 지금까지 UNIST 출신 변리사가 없었다고 알고 있다. 실제 변리사 사무소에 처음 면접을 보러갔을 때, 다른 질문보다도 학교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지금까지 많은 배출실적을 가진 타 학교에 비해 새롭고 생소한 것이 UNIST 출신 변리사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우리가 잘 할수록, UNIST 출신 변리사에 대한 평판이 금방 바뀔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UNIST 출신은 유능하고 일을 잘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기대를 만들어나가는 일이 어렵겠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변리사로서 향후 계획은?
이동재: 궁극적인 목표는 나만의 아이템을 통한 창업이다. 변리사 업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접하고, 또 그것들을 어떻게 특허로 만들고 사업화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발명을 접하고 실현하는 방법을 익혀나간다면 언젠가 나만의 아이템을 구현하고, 이를 통한 창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변리사들이 이렇게 창업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다.
우선 재학생이기에, 남은 한 학기를 잘 마치고 사무소를 알아볼 생각이다. 전공 관련 분야인 반도체, 회로 쪽의 분야를 담당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해당 분야에 나를 국한시키고 싶지는 않다. 넓은 분야의 산업, 기술을 접하는 것이 변리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 내 언어로 기술을 표현하고 보호하는데 앞장서겠다.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기회들을 만날 것이라 믿는다.
김슬기: 바이오 분야의 전문 변리사가 되는 게 목표다. 특히 의약, 생명공학 관련 특허/허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실험에 들어갔던 환자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신약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학부에서는 화학공학을 전공했는데,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며 바이오, 생명공학 관련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최근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데, 바이오 관련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좋았다. 처음부터 바이오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수험생활을 통해서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익혔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하는 일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되길 바란다. 지금은 시작단계에 있지만 나중에 멋지게 성장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변리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