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를 접어서 쓰는 ‘폴더블 폰(Foldable phone)’의 출시가 다가오면서 접을 수 있는 배터리 기술에도 관심이 높다. 특히 UNIST(총장 정무영)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폴더블 배터리(Foldable battery)’는 180도 접거나 구겨도, 또 망치로 내리쳐도 성능이 유지돼 크게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송현곤·박수진 교수팀은 접어도 성능이 유지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작하는 전극 물질과 구조를 개발해 재료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2월호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새로 개발한 ‘폴더블 리튬이온배터리’는 1,000번을 접고 펴도 물리적·전기적 특성을 유지했다. 어떤 각도로 접어도 배터리 용량이 달라지지 않았으며, 절반으로 접어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망치로 두드리거나 구겨도 LED 전구를 켜는 데 문제가 없었다. 기존 딱딱한 전극 물질을 유연한 재료로 바꾸면서 구조도 새로 제안한 덕분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이차전지다. 이들 전극은 리튬이온이 포함된 ‘활물질(active material)’과 활물질에 전자(electron)를 전해주는 ‘집전체(current collector)’, 둘을 이어주는 ‘도전제(conducting agent)’와 ‘바인더(binder)’ 4가지로 이뤄진다. 활물질과 도전제, 바인더는 가루 형태라서 이들을 알루미늄이나 구리로 된 판(foil)에 발라서 전극을 만든다.
그런데 집전체인 알루미늄이나 구리는 딱딱하기 때문에 구부리거나 접으면 전기전도성이 낮아진다. 또 변형이 반복되면 집전체와 활물질이 분리돼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송현곤 교수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분자 나노 물질을 지지체로 도입했다. 콜라병을 만드는 페트(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를 나노섬유로 만들어 지지체로 쓴 것이다. 페트 메트(PET mats)는 유연한데다 구멍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표면적이 넓다. 그 덕분에 같은 넓이에도 더 많은 활물질을 붙일 수 있고 배터리 용량도 크게 늘일 수 있다.
제1저자인 황치현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활물질은 전기 에너지를 화학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양이 많다는 건 에너지를 더 많이 담는다는 의미”라며 “다공성 나노물질을 집전체로 쓴 덕분에 고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집전체에 활물질을 단단하게 붙이는 기술로는 ‘초음파 분무법’이 이용됐다. 양극의 경우, 초음파 에너지를 쏘아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초음파 분무 장치에 막대기 모양인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와 활물질을 함께 넣고 뿌렸다. 이렇게 하면 탄소나노튜브가 활물질을 집전체 위에 단단하게 고정시키게 된다. 음극에는 탄소나노튜브 대신 은나노와이어(Siver Nanowire)와 활물질을 함께 뿌려 집전체에 고정했다.
송현곤 교수는 “탄소나노튜브와 은나노와이어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도전제와 바인더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며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시스템에 사용하던 다양한 활물질을 그대로 쓰면서 간단한 방식으로 집전체에 활물질을 고정시킬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향후 기계적·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한 고유연성 집전체를 설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유연성을 가지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폴더블 배터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