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자연과학부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가 이끄는 연구진이 나노입자로 계면활성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계면활성제는 비누, 세제, 샴푸 등 생활용품에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한 분자 안에 물에 잘 붙는 부분과 기름에 잘 붙는 부분이 함께 존재한다. 한 쪽은 물을 끌어당기고(친수성) 다른 쪽은 기름을 끌어당기는 특성(소수성) 때문에 기름과 물이 섞여 있을 때,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면 물만 분리(액체방울 형태)해낼 수 있다.
이와 같이 계면활성제의 물질을 분리(운반)하는 기능을 활용해 특정 물질(약물 등)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세대 의학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액체방울을 조절하는 기술은 제약, 화학 연구 전반에 사용되어 질병 진단, 신약 개발 등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액체방울을 조절하는 기술은 분자 계면활성제에 의존해 왔다. 계면활성제로 둘러싸인 액체방울을 외부 자극에 반응하도록 분자를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분자의 화학구조를 설계해 만들다보니 두 가지 이상의 자극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데 어려움이 컸다.
예를 들어 1987년에는 온도에 따라 변하고, 2012년에는 자기장으로 조종되는 계면활성제가 개발됐다. 빛, 산화-환원 반응 등에 각기 반응하는 계면활성제는 있었지만 다양한 자극에 동시에 반응하는 계면활성제 개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IBS 연구팀은 다양한 자극으로 액체방울을 조종할 수 있는 나노입자 계면활성제(이하 나노 계면활성제)를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나노 입자의 경우 표면 성질에 따라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효소를 운반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기 때문에, 나노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기존의 분자 계면활성제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구현했다.
노 계면활성제는 전기장, 빛, 자기장에 모두 반응하도록 설계됐으며 자기장과 빛으로 액체방울의 위치와 움직임, 회전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전기장으로는 액체방울들을 결합할 수 있다.
액체방울을 움직이거나 결합하는 등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한 만큼 살아있는 세포를 액체방울에 가둬 배양을 하거나 세포 내 효소 반응을 액체방울로 재현하는 등 특수한 환경이 필요한 제약, 생물학, 의학 분야에서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이끈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나노 계면활성제로 만들어진 액체방울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화학공장이라 할 수 있다”라며, “액체방울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어 앞으로 응용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0.137)에 한국시간 1월 11일(목) 새벽 3시에 게재(온라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