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배관이나 자동차 배기가스관은 뜨겁다. 이 열을 버리지 않고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3D 프린터로 관(pipe) 모양에 꼭 맞는 ‘열전발전기’를 찍어내 열을 효과적으로 거둬들이고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손재성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유기물 프리 전–무기 열전 잉크’를 합성하고, ‘압출형 3D 프린터’로 ‘열원 일체형 열전발전기’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3D 프린터는 열전 잉크를 열원 모양에 맞춘 열전소재로 찍어낸다. 이 열전소재를 조립해 만든 열전발전기는 기존과 유사한 성능을 가진다.
열전효과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혹은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현상이다. 열전효과를 이용하면 지열이나 태양열, 체열처럼 버려지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를 열전발전기라고 부른다. 열전발전기는 열원에 직접 부착돼 구동하며 현재 소형 냉각장치와 자동차 엔진, 선박 등에서 나오는 폐열로 발전하는 기술이 널리 쓰인다.
그런데 기존 직육면체 소재로 만든 ‘평판형 열전발전기’는 열에너지 회수에 한계가 있다. 열원 표면은 대부분 평평하지 않아 평판형 열전발전기가 제대로 접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 생기는 열손실은 발전기 출력에 매우 치명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재성 교수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열전소재의 형상을 열원 모양과 크기에 꼭 맞게 제작하고 이로부터 열원 일체형 열전 발전기를 개발했다. 잉크를 이용해 입체적인 물체를 만드는 3D 프린팅 공정을 이용하면 소재 형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 결과 열전발전기는 열원과 하나처럼 붙었고 열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손재성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은 재료 보존과 공정 단순화, 시스템 제작 등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며 “3D 프린터를 이용한 열원 일체형 열전발전기는 초고성능 열전 발전 시스템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열전 잉크는 끈적거리는 ‘점탄성’을 가지면서도 프린팅했을 때 전기적 특성을 유지해 주목받았다. 그 비결은 유기물 없이 무기물만으로 열전 잉크를 만든 데 있다. 실제로 이번에 개발한 열전 잉크의 성능지수는 0.6(n형), 0.9(p형)으로 상용화된 평판형 열전소재의 성능지수(0.5~1.0)와 유사했다.
제1저자인 김민석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기존의 3D 프린팅 잉크는 유기물 결합제(binder)를 이용해 점탄성을 확보하는데 이 경우 전기적 특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이번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기물 결합제를 이용함으로써 열전 잉크의 점탄성과 열원 형상에 맞춰 찍어낸 열전소재의 전기적 특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손재성 교수는 “기존 소재의 한계를 넘어선 이번 기술은 자연계에서 열로 변해 손실되는 에너지원(60% 이상)을 회수할 효과적인 방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며 “최초로 선보인 열전소재 3D 프린팅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끈적끈적한 상태의 열전 잉크와 이를 원하는 모양의 덩어리로 찍어내는 3D 프린팅 과정, 만들어진 열전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장면이 차례로 담겨진 영상이다. | 촬영: 김경채
이번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 1월 15일(월)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의 권범진 박사와 윌리엄 킹(William P. King) 교수, UNIST 신소재공학부의 채한기 교수,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의 김경태 박사, 한국전기연구원의 김봉서 박사와 이지은 박사도 이번 논문에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