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착용하는 콘택트렌즈로 혈당을 확인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렌즈에 장착된 센서가 눈물 속 포도당을 감지해 조그마한 LED를 밝히는 방식이다. LED가 켜지면 ‘정상’, 꺼지면 ‘혈당이 높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박장웅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변영재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이정헌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공동으로 당뇨병 예방과 진단이 가능한 ‘무선 스마트 콘택트렌즈(wireless smart contact lens)’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1월 25일(목)에 발표했다.
당뇨병은 혈액 내 포도당 농도, 즉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으로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관리가 중요하다. 기존 환자들은 혈액을 채취해 혈당을 확인해야 했지만, 최근 눈물로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어 콘택트렌즈로 당뇨병을 모니터링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공동 연구진은 상용화된 소프트 콘택트렌즈 물질을 기판으로 사용해 사람들의 거부감을 줄이면서, 혈당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무선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만들었다. 기판 위에 ‘고감도 포도당 센서’를 넣어 눈물 속 포도당 농도를 감지하고, 그 결과는 센서와 함께 장착된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시하는 방식이다. 센서와 LED를 작동시키는 전기는 ‘무선 안테나’를 통해 전달된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박지훈 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무선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기판과 전극이 모두 투명해 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면서 “혈당 측정과 표시에 필요한 소자가 렌즈 하나에 집적돼 다른 측정기기 없이도 간단하게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작동시키는 전기는 외부에서 무선 안테나를 통해 공급된다. 이때 포도당 센서는 눈물 속 포도당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전기신호를 감지하는데, 혈당이 정상 수준일 때 LED 디스플레이를 밝히도록 설계됐다. 혈당이 정상보다 높으면 LED는 꺼진다.
연구진은 제작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토끼에 착용시켜 혈당 측정 실험을 진행했다. 토끼는 렌즈 착용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으며, 착용 중인 상태에서 눈물 내 포도당 농도를 증가시키자 LED가 꺼졌다. 특히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렌즈 모양이 조금 달라지거나 눈물 속 다른 물질에 노출돼도 센서를 포함한 다른 부분의 특징이 유지됐다.
박장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는 소재와 이런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제작한 성과”라며 “실제 소프트 콘택트렌즈와 유연한 전자소자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웨어러블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음을 선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을 이용하면 복잡하고 큰 측정기기 없이도 실시간으로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의료진단 분야에서 각광받을 것”이라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미션 인파서블’에 나오던 첨단 기능을 갖춘 콘택트렌즈를 구현하는 데도 한 걸음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