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자외선(UV)’ 기반으로 개발됐다. 공기 중 바이러스나 유해균에 자외선을 쪼여 소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공기를 순환시켜야 하고, 자외선을 쪼이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많은 양의 자외선을 사용하면 공기청정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자외선 자체가 사람에게 해롭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활용되지 못한다.
장재성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은 자외선 대신 ‘진공자외선(VUV)’을 이용하는 새로운 공기청정기술을 개발했다. 진공자외선(VUV)은 파장이 200㎚미만인 자외선을 뜻한다. 이 파장은 공기를 몇 ㎝만 통과해도 거의 다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바이러스 등을 죽이는 데는 활용 가능하다.
장 교수팀은 진공자외선을 0.004~0.125초 동안 쏘는 방식으로 공기 중에 있는 MS2 바이러스를 죽이는 기계장치를 개발했다. (MS2 바이러스는 공기 청정기를 시험할 때 사용하는 표준 바이러스다.) 진공자외선을 쏘는 방식은 오존이 생성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 문제는 공기 살균 시스템을 추가해 해결했다. 공기 살균 시스템이 오존을 분해하도록 기계장치를 설계한 것이다.
원기둥 모양으로 생긴 이 장치는 공기가 흘러가는 관이다. 여기에는 진공자외선에 반응하는 광촉매(Pb-TiO₂)가 들어 있고, 이들은 진공자외선을 받아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유해한 바이러스 등을 죽이게 된다. 기존에 사용되는 공기청정기술(자외선, 플라즈마, 오존, 오존+자외선)과 비교해도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장재성 교수는 “대형 병원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사용하는 HVAC(Heating, Ventilation, Air Conditioning/난방, 환기, 냉방을 통합한 ‘공기조화설비’)에 이 장치를 붙이면 공기 중 바이러스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며 “기존 자외선 기반 공기청정기술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신뢰도도 낮은 편이지만 새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5분 안에 충분히 깨끗한 공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핵균처럼 공기 중으로 쉽게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음압병동을 쓴다”며 “이런 공간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 90% 이상 신뢰도의 깨끗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에어로졸 분야의 권위 있는 학회인 미국 에어로졸 연구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에어로졸 과학 및 기술(Aerosol Science and Technology)’ 2월 13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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