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고래는 다양한 관계로 엮여 있습니다. 반구대암각화, 포경산업부터 지금의 고래문화마을까지 각각 독특한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흥미로운 연구주제입니다.”
UNIST(총장 정무영) 기초과정부 브래들리 타타르(Bradley Tatar) 교수는 최근 울산의 고래고기 소비자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마린폴리시(Marine Policy)’에 출판했다. 외국인 학자가 울산의 고래고기 소비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다.(논문명: “Getting to know the consumer: Toward mitigation of illegal whale meat consumption in South Korea”)
이번 연구는 고래고기를 먹는 소비자들의 시각을 다뤘다. 연구진은 울산 고래축제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소비자들의 선호와 특성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많은 소비자들이 불법 유통된 고래고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불법 유통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고기를 구입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진은 소비자의 수요가 불법 포획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불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책적 조치가 강화된다면 불법 포획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DNA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검사 강화와 소비자 대상 교육을 진행한다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불법 포획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함께 연구를 수행한 정창국 기초과정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비자 인식을 분석해 고래고기 소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했다”며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을 벗어나 소비자 입장에서 실용적 미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고래고기 소비 관련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울산에 대한 지역적 연구를 넘어서 일본과의 비교연구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한국과 국가적으로 고래고기를 소비하는 일본의 사례를 상호 연구하는 것이다.
2010년 UNIST의 인문사회교육 강화를 위해 영입된 타타르 교수는 울산에 관한 다양한 인류학적 연구를 수행 중이다. 타타르 교수는 “울산은 포경의 중심이었던 ‘고래도시’이자 중화학 산업화 중심에 있는 ‘산업도시’의 특성을 지닌 입체적 도시”라며, “다양한 사회 ‧ 문화적 요소를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에서 연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그의 관심을 끄는 주제는 ‘울산의 고래문화’다. 2010년 처음 장생포를 방문하며 고래와 울산에 대한 관심을 가진 타타르 교수는 지난해 장생포의 역사와 의미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매년 고래축제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울산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발간된 민속조사 보고서 사업에 참가하기도 했다. 타타르 교수는 최진숙 기초과정부 교수와 함께 ‘고래문화’ 부분을 맡아 울산과 고래가 맺어온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담았다.
타타르 교수는 고래와 울산에 대한 다양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래로 상징되는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연구도 그 중 하나다. 타타르 교수는 “현대적 도시의 상징으로 고대 암각화의 고래 형상이 사용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며 “암각화의 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타타르 교수는 학생과의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세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학생은 수업을 통한 인연으로 타타르 교수와 함께 돌고래 방생과 그 영향에 대한 논문을 작업 중이다.
타타르 교수는 “고래는 환경의 상징으로, 인간-동물이 어떤 관계로 나아가야 할지 제시해 온 특별한 동물”이라며 “고래와 인간, 환경의 미래를 그려나갈 최적의 장소인 고래도시 울산에서 계속해서 좋은 연구를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