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 한계를 뛰어넘을 기술이 나왔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실리콘계 음극 물질을 사용할 때 단점을 해결할 ‘전해액 첨가제(Electrolyte additive)’ 기술이다. 새 첨가제를 1% 더하면 기존보다 오래 쓰고, 한 번에 많은 힘을 내는 배터리가 된다.
최남순–홍성유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고전압, 고용량)를 극복할 수 있는 ‘전해액 첨가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결과는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EES)’ 4월 6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으며, 중요성을 인정받아 표지논문(Back Cover)으로도 선정됐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을 높이기 위해 실리콘계 음극 물질(실리콘-탄소 복합체)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많다. 이론적으로 실리콘의 에너지 밀도가 탄소보다 10배 크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콘 기반 음극 물질은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3배 이상 팽창해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
최남순-홍성유 교수팀은 실리콘계 음극 물질의 팽창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전해액 첨가제(LiFMDFB)를 제안했다. 이 물질이 음극 물질을 견고하게 둘러싸서 실리콘이 팽창해도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갖게 만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양극에 고전압을 흘려도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막을 만들게 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한정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전해액 첨가제가 전해액보다 먼저 분해돼 전극 표면에 보호하는 층을 만드는 원리”라며 “보통 전해액 첨가제는 양극과 음극에 따로 작용하는데, 새로 개발한 전해액 첨가제는 양극 보호는 물론 실리콘계 음극 제어에도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고전압에 분해된 전해액은 주로 양극이나 음극 표면에서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전해액-전극 경계면(전극 계면)에서 불안정한 구조를 만든다. 최남순-홍성유 교수팀은 고전압에서 양극 계면을 보호하는 동시에 실리콘 음극의 부피 팽창을 제어하는 화합물을 만들기 위해 붕소(boron) 기반 전해액 첨가제를 설계하고 개발했다.
홍성유 교수는 “불소화된 말로네이트계 화합물을 통해 고리형 보레이트 구조를 구현해 전해액 첨가제를 만들었다”며 “이 물질은 설계할 때에 목표로 삼은 기능을 모두 달성해 향후 분자 설계를 통한 전해액 첨가제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새로 개발한 전해액 첨가제(LiFMDFB)는 고전압에서 구동되는 ‘과리튬(Li-rich) 양극’은 물론, 고용량을 저장하는 ‘실리콘계 음극’을 보호하는 계면층을 각각 동시에 형성했다. 이 보호막 덕분에 4.55V의 높은 충전 전압에서 200회 반복 충‧방전 실시에도 양극과 음극의 구조적인 안정성이 유지되고, 12분 만에 전체 배터리 용량을 모두 쓰는 고출력 조건(5C)에서도 높은 용량 구현율을 보여줬다.
최남순 교수는 “전체 배터리에서 1% 정도 차지하는 전해액 첨가제만으로 고전압 양극과 고용량 음극의 구현이 가능해 전체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고전압 양극과 고용량 음극의 계면구조에 대한 전해액 첨가제의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이해도 가능해졌다”고 연구의 의미를 짚었다.
최 교수는 이어 “향후 고전압 양극 소재 개발과 고에너지 밀도를 갖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상용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서 전해액 시스템 개발과 메커니즘 규명은 최남순 교수와 한정구 연구원이 담당했다. 홍성유 교수와 이재빈 UNIST 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분자 설계를 통해 이차전지용 전해액 첨가제를 간결하게 많이 얻는 합성법을 개발했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조재필 교수와 강석주 교수, 곽상규 교수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울산광역시청이 지원하는 ‘그린에너지 소재기술 개발센터 구축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