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최고의 보석이자 최강의 재료다. 지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투명하며, 열전도성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최근 UNIST와 홍콩시립대, 난양공대, MIT 공동연구진이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냈다.
펑 딩(Feng Ding) 신소재공학부(School of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 특훈교수 공동연구팀은 20일자 사이언스(Science)에 ‘나노 다이아몬드가 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제작한 바늘 형태의 나노 다이아몬드는 최대 9%까지 늘려도 부러지지 않았고, 힘을 거두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다이아몬드는 잘 부러지는 물질’이라는 기존 관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다이아몬드 속 결함 없어야 유연해진다!
기존 기록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는 0.1~1%만 늘리려 잡아당겨도 쉽게 깨진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찾아 어떻게 하면 다이아몬드를 고무처럼 늘릴 수 있을지 찾는 데 집중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펑 딩 교수팀은 다이아몬드의 결정구조 분석과 화학적인 계산을 맡아 다이아몬드가 탄성력이 부족한 건 ‘결함(defects)’ 때문이라는 걸 알아냈다.
펑 딩 교수는 “자연 상태의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합성해서 얻은 다이아몬드들은 대부분 결정 구조 안에 결함을 가지게 된다”며 “이들 결함에 충격이 모이면 쉽게 금이 가고 결국은 깨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딩 교수팀은 결함 없이 깨끗한 다이아몬드 결정은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DFT, Density Functional Theory)을 통해 계산했다. 그 결과 순수한 다이아몬드 결정은 최대 12%까지 늘려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답을 얻었다.
9%까지 늘어난 나노 다이아몬드 바늘
홍콩시립대 연구진은 순수한 다이아몬드 결정을 제작해 다이아몬드를 구부리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들은 화학기상증착(CVD) 공정으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고, 플라즈마를 이용해 결함이 있는 부분을 깎아냈다. 그 결과 300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길이의 아주 얇은 바늘 모양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 다이아몬드는 결함 없이 순수한 단일 결정이었다.
홍콩 연구진은 나노 다이아몬드를 누르면서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했다. 그러자 나노 다이아몬드가 약 30도까지 휘면서 최대 9%까지 늘어났다가 되돌아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론적으로 계산한 다이아몬드의 탄성력에 거의 근접한 결과다.
펑 딩 교수는 “매우 딱딱하면서도 유연한 물질은 다양한 나노 장치에 꼭 필요한 재료가 될 것”이라며 “다이아몬드가 탄성까지 가지면 세상을 바꾸는 재료가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현재 다이아몬드는 단단한 특성 덕분에 절삭공구에 활용되며 기계장치를 깎는 데 쓰인다. 또 열전도율이 뛰어나 반도체나 광통신 소자에서 열 방출을 돕 열방산체(thermal spreader)로도 활용된다. 또 극한 환경에서도 변성되지 않아 우주선의 창(window)을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이번 연구로 다이아몬드가 탄성력까지 갖출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다이아몬드의 적용 분야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진은 견고하고 유연한 초미세 다이아몬드 바늘은 유전자나 약물을 세포로 옮기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펑 딩 교수도 탄성을 가진 다이아몬드 재료는 미래에 유연한 디스플레이에 활용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펑 딩 교수는 2017년 1월 UNIST 신소재공학부(School of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로 부임했다. 현재 기초과학연구원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IBS CENTER FOR MULTIDIMENSIONAL CARBON MATERIALS)에서 그룹리더를 겸직하며,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 다이아몬드 등을 비롯한 다양한 탄소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딩 교수는 “탄소는 자연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원소이자 잠재력이 큰 재료”라며 “인류가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를 유용한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UNIST와 IBS의 풍부한 지원과 유연한 연구 환경 덕분에 자유롭게 또 만족스럽게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