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어렵고 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과 공간에 디자인 요소가 녹아있어요. 누구나 디자인을 가볍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습니다.”
김차중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가 <디자인 소풍>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김차중 교수를 비롯한 네 명의 디자이너가 스위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탐방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낸 디자인 에세이집이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활약하는 네 명의 디자이너들은 유럽이라는 곳에서 우연한 인연을 통해 만났다. 그 인연을 이어가다 그들 모두가 한 번쯤 여행했던 4개국에 대한 책을 쓰기로 했고, 각 나라에서 만난 건물과 공간, 사물, 사람들 등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기로 한 것이다.
나라마다 유명한 건축물이나 박물관은 정해져 있어 같은 곳을 방문한 기록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작가들의 개성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도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자 집중해서 바라본 사물과 장면이 다르고, 떠올리는 생각도 달라지는 식이다.
김차중 교수는 “사진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도 아이폰부터 DSLR까지 각양각색이라 사진에서 주는 느낌도 다채롭다”며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디자이너가 어떤 시각으로 해석하고 바라봤는지 느끼면서 디자인 분야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김차중 교수는 주로 이탈리아의 알레시공장과 프라다재단미술관, 독일의 비트라캠퍼스, 프랑스의 롱샹성당, 스위스 로잔의 빅게임(디자인 스튜디오) 같은 건축물, 뮤지엄,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들을 소개한다. 또 이탈리아의 밀라노, 베네치아, 스위스의 로잔 등 도시 공간에서 만난 다채로운 풍경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디자인이라는 건 교과서에서 나오는 전문용어나 미학적 개념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사용자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부분까지 아우르는 것”이라며 “디자인을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소풍가듯 즐긴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차중 교수는 학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산업디자이너가 된 우리나라 1세대 공학 기반 디자이너로 꼽힌다. 기계의 논리성과 정교함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경험과 감성을 디자인에 녹여내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겨울철 남대문시장 상인의 모습에서 떠올린 ‘전열 의자(NEST)’와 공장 작업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공작기계(AIL AHG250V)’ 등이 있다. 최근 iF 디자인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한 노약자를 위한 구강세척기 ‘닥터 픽(Dr. Pik)’도 동일한 디자인 철학이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