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는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미세먼지에 함유된 독성물질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기 중에서 미세먼지로 변환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량으로는 울산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 지역 내 미세먼지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최성득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팀은 UNIST 캠퍼스에서 채취한 대기 시료로 울산 지역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농도와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여름철에도 울산 지역의 PAHs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AHs는 미세먼지에 함유된 대표적인 독성물질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질량을 기준으로 한 미세먼지 총 농도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비교적 깨끗한 모래 성분 위주일 수 있고, 반대로 낮은 농도에서 오히려 유독물질이 더 많을 수 있다.
최성득 교수는 “전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도 그 안에 어떤 독성물질이 있느냐에 따라 인체 위해도가 달라진다”며 “따라서 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번에는 대표적인 독성물질인 PAHs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울산 지역에서 겨울(1~2월)과 봄(3~5월)의 PAHs 농도와 입자상 비율이 모두 증가했다. 이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미세먼지뿐 아니라 먼지를 구성하는 독성물질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름(6~8월)이 되자 전체적인 미세먼지 양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PAHs 농도는 미세먼지 양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울산 동쪽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와 주요 도로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해풍을 타고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PAHs 농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 기간이 아니더라도 울산시는 연중 독성물질을 함유한 미세먼지 영향을 받는다는 게 드러났다”며 “특히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광화학반응을 거쳐 미세먼지로 생성되는 양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나 국내 인근 대도시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을 탓하기 전에 울산시 자체의 오염물질 배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상당량도 해풍을 통해 울산 시내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산업단지와 항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발암물질에 대한 기초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오염 모니터링 분야 최상위급 국제 학술지인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5월호에 발표됐다.
한편 이번 논문은 미세먼지 성분에 집중한 드문 연구로 눈길을 끌고 있다. 미세먼지의 성분 파악은 배출원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으로 이어져 대응정책 수립으로 이어진다. 분석 결과에 따라 차량 배출 규제, 산업체 석탄 혹은 석유 사용량 규제, 중국 등 인접국가의 협조 요청 등의 대책 수립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미세먼지 성분 분석과 각종 통계/모델링 기법을 이용한 연구방법을 ‘환경수사기법’이라고 부른다.
※ [KBS 라디오] 2018년 6월 1일자 <오늘의 이슈> 인터뷰
Q1. 울산이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미세먼지에 함유된 독성물질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으셨는데요. 이런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와 자세한 연구결과를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1. 지금까지는 대부분 미세먼지 농도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실제로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독성물질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부족합니다. 단순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독성물질이 있느냐가 실제 건강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보통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계절에는 독성물질 농도도 많이 낮아지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별로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공단과 자동차 배출 등으로 인해서 연중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대부분의 오염물질 농도가 많이 낮아져야 하는데, 이 때 울산에서는 해풍(동풍)이 우세하기 때문에 공단 영향이 강해지는 것이 주요 원인인 것 같습니다.
Q2. 그럼 연구는 어떻게 진행이 된 건가요?
A2. 유니스트 캠퍼스에 대기시료채취장비를 설치해서 수년 째 매주 시료를 채취하고 있습니다. 이 시료들 일부를 질량분석기로 분석해서 발암성분을 분석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다양한 통계기법과 기상분석을 이용하여 어디서 온 물질인지, 어떤 오염 특성을 보이는지를 해석합니다.
Q3. 독성물질이라는 게 정확하게 어떤 물질입니까?
A3. 저희 연구실에서는 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다양한 독성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번 논문에서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영어 약어로 PAH라고 불리는 물질에 대해서 집중했습니다. 보통 불완전 연소를 통해 배출됩니다. 또한, 본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저희가 분석하는 물질은 중금속과 기타 환경호르몬이라고 많이 알려진 유기물질에 대한 논문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분석하지 않은 많은 독성물질이 있습니다. 이런 물질들의 특성은 미량이지만 독성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고, 이런 물질들이 보통 초미세먼지라고 불리는 PM2.5보다 더 작은 먼지에 대부분 분포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낮더라도 독성물질의 농도가 높을 수도 있습니다.
Q4. 그렇다면 이 독성물질이 우리 몸에 치명적인가요?
A4. PAH 중에서는 특히, 벤조피렌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물질입니다. 또한, 저희가 이번 논문에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PAH에 염소와 브롬이 결합된 물질 농도가 기존 연구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추후에 기회가 되면 발표 예정입니다.
Q5. 그렇군요. 그런 독성물질이 계절에 상관없이 나왔다는 거죠?
A5. 보통 PAH는 겨울에 농도가 높고 여름에는 아주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본 연구에서는 봄, 여름, 가을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Q6. 보통 여름이 되면 미세먼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다고 알고 있는데 여름에도 계속되는 이유는 뭔가요?
A6. 울산은 연중 공단, 선박, 자동차 배출 영향이 있기 때문에 PAHs가 계속 배출될 수밖에 없고, PAHs 중에서 독성이 있는 물질은 대부분 먼지에 잘 붙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주풍향으로 인해 공단/항만 오염물질이 시내로 오는 특성이 있습니다.
Q7. 요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에 대한 대책들도 마련되고 있지만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들거든요. 앞으로 어떤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보십니까?
A7. 일단, 중국에서 배출되는 먼지는 당장 저희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중국의 경제적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서 장거리 이동 효과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에는 울산시 자체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울산시 미세먼지 오염 현상에 대한 기초 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오염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어떤 방법으로 어디부터 미세먼지를 줄여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효과적으로 저감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중소업체와 항만 등에서의 1차 배출 저감, 조선소/자동차/석유화학 단지에서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저감을 통한 2차 생성 저감이 필요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