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니 루오프 자연과학부 특훈교수(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가 이끄는 연구팀이 초박막 그래핀(Graphene)의 기계적 특성을 밝혀내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그래핀은 인공적으로 만든 물질 중에서 가장 얇다. 여기에 기계적 강도가 강하고, 전기 전도도가 높아 꿈의 나노물질로 주목받는다. 그런데 그래핀처럼 얇은 시료는 두께의 한계 때문에 기계적으로 얼마나 튼튼한지 측정하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물질의 기계적 강도는 인장실험을 통해 측정하는데, 이때 시험대상이 되는 재료에 늘리고 잡아당기는 힘(인장력)을 가해 기계적 성질을 알아낸다. 주로 시험대상을 인장시험기에 고정시켜 서서히 인장하중을 가하면서 항복점(원형으로 복원되지 않는 지점), 내력, 인장강도 등의 여러 기계적 성질을 측정한다.
그래핀 같은 박막(薄幕, thin film) 시료의 기계적 성질을 측정하려면, 인장시험기에 지지층을 두고 박막을 고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지지층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시료 자체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지지층을 남겨두고 인장실험을 하면 지지층 자체의 물성 때문에 박막 시료 고유의 성질을 측정할 수 없다.
로드니 루오프 교수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캠퍼(camphor)’라는 물질을 이용했다. 캠퍼는 녹나무 수지에서 발견되는 강한 향기를 가진 무색의 고체다. 물에는 잘 녹지 않고, 유기용매에 잘 녹는 성질이 있으며, 방부제나 의료용으로 주로 이용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특히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고체에서 바로 기체가 되는 승화성이 크다.
연구진은 캠퍼가 상온에서 쉽게 승화된다는 점을 이용해, 인장시험의 지지층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초박막 그래핀 시료를 인장시험기에 고정시킨 캠퍼는 기체로 변하 제거되기 때문에 그래핀에 물리적인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인장시험을 할 수 있다.
로드니 루오프 교수는 “이 방법을 이용해 그래핀 산화물(Graphene Oxide)에 인장시험을 시도했다“며 “그 결과 기존에 불가능했던 35㎚두께의 초박막 그래핀 산화물을 센티미터 크기(1㎠)의 기판에 붙일 수 있었고 인장하중과 인장탄성률, 인장강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전에 학계에 보고된 2㎛ 두께보다 훨씬 더 얇은 그래핀 산화물의 기계적 특성을 측정한 결과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화학기상증착법(CVD)으로 만든 단층 그래핀(다결정 그래핀, 단결정 그래핀에 가까운 고배향성 그래핀)에도 적용했다. CVD 방법으로 성장시킨 그래핀을 100㎚의 폴리카보네이트 필름에 전사해 결과를 확인한 것이다. 먼저 다결정 그래핀을 폴리카보네이트에 전사해 인장시험을 시도한 결과, 637~793GPa의 영률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영률은 물체에 일어나는 변형과 압력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탄성계수를 뜻한다.
또 단결정 그래핀에 가까운 고배향성 그래핀을 폴리카보네이트에 전사해 기계적 특성을 시험했다. 측정 결과 접힌 부분이 수직방향일 경우 683~775GPa, 접힌 부분이 수평방향일 경우 725~905GPa의 영률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최초로 단층 그래핀 필름의 인장을 측정한 값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루오프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인장시험 장비로 초박막 그래핀 필름의 기계적 시험을 가능하게 만든 이번 성과는 그래핀을 포함한 여러 박막 재료의 기계적 성질을 측정하는데 있어 매우 선구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그래핀의 기계적 특성을 시험하는 표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5월 21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