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를 타면 종종 전화가 끊어진다. 통신에 필요한 전파를 금속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보통 승강기에 중계기를 달아서 해결하는데, 더 간편한 방법이 나올지 모른다. ‘특정 무늬’를 새기면 금속도 전파를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변영재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은 ‘평면에 무늬를 새겨 넣는 것만으로 금속 통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금속에 전파를 통과시키는 ‘전자기 유도 투과(Electromagnetically induced transparency, EIT)’의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기 유도 투과는 물질을 이루는 원자에 빛(전파 포함)을 쏘거나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줘서, 특정 파장을 통과시키는 걸 말한다. 그 파장에게만 물질이 투명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속은 전파를 흡수하거나 반사시키기 때문에 전파를 못 통과시키지만, 전자기 유도 투과 기술을 쓰면 특정한 파장은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런데 금속 통신을 위해 전자기 유도 투과 기술을 쓰기는 어려웠다. 이 기술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극저온 환경이거나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고강도 광학 펌프 같은 정교한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변영재 교수팀은 극저온 환경이나 복잡한 장치 없이도 전자기 유도 투과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냈다. 절연체 위에 ‘직사각형 속 사인곡선이 반복되는 무늬’를 새기자 특정 주파수의 전파가 금속을 통과하는 걸 발견한 것이다. 무늬의 크기나 배치를 바꾸면 통과하는 주파수 범위도 조절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자간나트 말릭(Jagannath Malik) 박사는 “사인곡선 모양의 무늬를 이용해 전자기 유도 투과에 성공한 사례는 최초”라며 “규칙적으로 그려진 똑같은 무늬에 전파 에너지가 갇혔다가 금속을 통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사각형 속에 만들어진 사인곡선 무늬는 전파를 잠깐 동안 잡아두게 되는데, 이때 에너지가 모이면서 금속 사이를 통과할 수 있게 된다. 무늬의 크기나 형태를 달리할 때마다 투과시키는 파장이 달라진다는 것도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변영재 교수는 “현재 개념은 평면에 새긴 무늬로 전파를 투과시킬 수 있는 메타 물질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인곡선 무늬의 형태와 크기에 따른 정확한 주파수 범위를 연구하면 전파 손실을 줄이면서 금속 통신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물리협회에서 발간하는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Applied Physics Letter)’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