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 전체에서 지문 인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전면부에 붙일 수 있는 ‘투명하고 유연한 지문 센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지문과 온도, 압력을 동시에 측정하므로 보안성도 한층 높일 수 있다.
박장웅 신소재공학부의 박장웅 교수팀은 변영재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과 공동으로 ‘지문과 온도, 압력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는 투명 센서’를 개발했다. 기존 지문 센서보다 민감도가 17배가량 좋아진데다, 압력과 온도 측정으로 위조지문을 걸러낼 가능성까지 갖췄다.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나 결제 등에 ‘지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존에는 스마트폰의 홈 버튼(home button)에 지문 인식 기능을 추가했는데, 스마트폰 화면 크기를 키우려는 시도가 늘면서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은 화면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지문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지문 인식 방식에 따라 광학식, 초음파식, 정전식으로 나뉘는데 광학식과 초음파식 지문 센서를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종종 공개됐다.
정전식 지문 센서는 정확도가 높고, 화면 전체에 지문 인식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또 광학식에 비해 얇게, 초음파식보다 간단한 구조로 싸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정전식 지문 센서는 수백㎑ 이하의 낮은 주파수 대역과 수V 이상의 높은 전압에서만 구동됐다. 지문 센서를 만드는 ‘투명전극’의 전도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제1저자인 안병완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200㎑ 이하의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는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노이즈(noise)도 존재한다”며 “이런 신호들이 뒤섞이면 지문 인식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정전식 지문 센서의 상용화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박장웅–변영재 교수팀은 투명전극의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은 나노섬유(silver nanofiber)와 은 나노와이어(silver nanowire)를 결합했다. 두 물질 모두 투명전극의 재료로 쓰이는데, 각기 장점이 다르다. 은 나노섬유는 듬성듬성하지만 전도성이 좋고, 은 나노와이어는 전도성이 낮지만 촘촘한 것. 둘의 장점을 취한 ‘은 나노섬유–은 나노와이어 하이브리드 투명전극’은 전도도가 높고 잘 유지되는 특성을 보였다. 기존(ITO)에 비하면 10배가량 전도도가 높았고, 5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수준의 패턴을 만들어도 끊어지지 않아 전도도가 유지됐다.
연구진은 하이브리드 투명전극으로 지문 센서를 제작했는데 기존에 비해 민감도가 17배가량 높아졌다. 또 1㎒의 고주파수 대역에서, 1V 정도의 낮은 전압에서도 구동 가능했다. 투명전극의 전도도가 높아진 덕분에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지문 센서에 온도와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를 추가했고, 세 측정값을 동시에 처리하는 측정 시스템도 개발했다. 그 결과 센서에 접촉할 때 압력과 체온까지 따져 위조지문과 실제 사람의 지문을 구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박장웅 UNIST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투명하고 유연한 지문 센서’는 정전식 지문 인식의 문제점을 해결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라며 “상용화된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유연한(flexible)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쓰이는 다양한 기기의 보안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권위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7월 3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