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만들기 쉬운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은 상용화 가능한 수준(10%)을 넘어섰지만 실제 상업화는 더뎠다. 햇빛을 받아 전류를 만드는 부분(광활성층)이 두꺼워지면 효율이 떨어져 공정화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최근 이 두께 문제를 해결할 물질이 개발돼 나와 주목받고 있다.
양창덕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유기 태양전지의 광활성층에 ‘풀러렌(fullerene)’ 대신 단분자 물질(IDIC)을 써서 12.01% 높은 효율을 구현했다. 특히 새 광활성층은 300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까지 두꺼워져도 효율을 유지했다. 유기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공정 설계에 훨씬 유리해진 부분이다.
양창덕 교수는 “지금까지 유기 태양전지의 광활성층은 100㎚ 정도로 얇아 대면적 프린팅 공정에 적용하기 어려웠다”며 “새로 개발한 광활성층은 300㎚ 정도로 두꺼워져도 효율을 유지할 수 있어 상용화를 위한 공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전지는 대부분 실리콘(Si) 반도체를 이용하는 ‘무기 태양전지’다. 이 태양전지는 효율이 높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만들기 까다롭고 비싸며 유연하지 않다. 이 때문에 미래형 태양전지로는 가볍고 유연하며 제작이 쉬운 ‘유기 태양전지’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주목받는다.
유기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보다 높은 효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안정성과 재현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특히 상용화 가능한 수준인 10% 효율은 이미 달성한 상태라, 과학자들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양창덕 교수팀은 ‘광활성층의 두께 문제’를 해결해 대면적 프린팅 공정에 한 발 다가갔다.
광활성층은 태양전지에서 빛을 직접 흡수해 전류를 만드는 부분이다. 광활성층이 햇빛을 받으면 전자(electron)들이 들떠서 원자에서 빠져나간다. 이때 전자가 들뜬 동시에 정공(hole)이 생성된다. 전자와 정공이 이동하면서 전류가 만들어지는데, 전자가 이동하는 걸 ‘채널Ⅰ’, 정공이 이동하는 걸 ‘채널Ⅱ’ 라고 부른다.
제1저자인 이상면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풀러렌 기반 태양전지는 광흡수 한계 때문에 전자를 이동시키는 채널Ⅰ만 활용했다”며 “새로 합성한 물질들을 쓴 태양전지는 채널Ⅰ뿐 아니라 정공을 이동시키는 채널Ⅱ까지 활용해 12.01%라는 고효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광활성층 두께를 300㎚까지 늘려 10% 정도로 효율을 유지하는 걸 확인했다. 이는 광활성층에 쓰인 새로운 물질들이 상호보완적으로 넓은 영역의 빛을 흡수하면서 채널Ⅰ과 채널Ⅱ를 모두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양창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非)풀러렌 계열의 유기 태양전지의 광활성층을 위한 소재 합성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제작과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Environmental Science, EES)’ 6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ES는 영국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에 의해 발행되는 세계적인 권위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