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구멍이 있는 피부처럼 거친 표면에 액체가 스며드는 속도를 연구한 결과가 나왔다. 화장품을 만들거나 페인트를 칠하는 효과적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동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동욱 교수가 ‘공극(孔隙, cavity)’이 있는 표면에 액체가 스며드는 속도’를 연구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7월 19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액체가 공극 속까지 완벽하게 스며드는 속도에 영향을 주는 다섯 가지 변수를 제시한 게 핵심이다. 다섯 변수는 고체(표면)의 화학적 성질과 구조, 액체 속 용존공기량과 계면활성제의 종류, 액체의 휘발성이다.
이동욱 교수는 실리콘에 ‘오목한 공극’을 만들어 거친 표면을 생성하고, 물속에 담가 젖는 속도를 관찰했다. 오목한 공극은 마치 땀구멍처럼 입구가 좁고 내부 폭이 넓은 형태다. 오목한 공극을 가진 실리콘 표면에 물이 닿으면 처음에는 공기 위에 떠 있는 상태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아랫부분까지 채워진다(카시-박스터/웬젤 전이).
관찰 결과, 실리콘 표면과 액체의 상태에 따라 젖는 속도가 달라졌다. 액체가 물(water)일 경우, 실리콘 표면이 물을 좋아하는 성질(친수성)이 강할수록, 또 공극의 입구가 넓은 형태이거나 아랫부분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일수록 젖는 속도가 빨랐다.
또 물속 용존공기량이 적을수록 실리콘 표면이 빨리 젖었고, 휘발성이 강한 액체가 실리콘 표면에 더 빨리 스며들었다. 어떤 계면활성제를 녹이느냐에 따라서도 젖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동욱 교수는 “이번 결과는 목적에 따른 화장품 제조에 응용할 수 있다”며 “모공을 가리는 목적이 있는 ‘모공프라이머’ 또는 땀구멍 속까지 들어가 피지를 제거하는 ‘세안제’는 용존공기량을 줄여야 빠른 속도로 모공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외선 차단제를 비롯한 색조 화장품은 땀구멍을 막지 않아야 피부 건강에 유리하다. 이들이 모공에 쌓이면 피부 호흡을 방해해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세안제와 반대로 화장품 속 용존공기량을 늘리고, 화장품 자체의 휘발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조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화장품뿐 아니라 건물에 녹이 쓸지 않도록 페인트를 칠하거나, 가구를 보호하는 코팅 처리처럼 생활 속에는 ‘거친 표면에 액체를 바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표면에 액체를 더 잘 스며들게 할지, 반대로 덜 스며들게 할지를 조절할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를 둘러싼 대부분의 물질을 미세한 수준에서 관찰하면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거친 표면과 액체가 만나서 나타나는 표면과학을 연구하면 실생활은 물론 다양한 연구 분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UC산타바바라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신진연구사업’에서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