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 반응을 모사한 촉매를 리튬공기전지에 적용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공기전지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류정기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류원희 숙명여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공광합성 촉매 기술을 리튬공기전지에 적용하는 새로운 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공광합성은 햇빛을 받아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인데, 이 촉매를 차세대 이차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한 새로운 시도다.
현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1kg 당 200Wh 수준이다. 이 전지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는 한 번 충전했을 때 200~300 km 내외에 그치므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기도 어렵다. 반면 차세대 이차전지의 후보로 꼽히는 리튬공기전지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2~3배 높아 한 번 충전에 500 km 이상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데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튬공기전지는 양극 물질로 리튬금속산화물 대신 공기 중 산소를 사용한다. 음극으로 쓰이는 리튬금속에 있는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해 산소와 만나면 리튬산화물이 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고(방전), 반대로 충전시키면 리튬산화물이 리튬과 산소로 분리된다. 문제는 이 전지가 구동할 때 나오는 부도체성 방전산화물이 전지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데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기 중의 산소를 환원시키는 화학반응을 도와주는 고효율 촉매가 필요하다.
류정기 교수팀은 자연모사 광합성 기술에서 사용되는 물 분해 촉매 물질을 리튬공기전지에 도입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인공광합성 촉매는 햇빛을 받아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반응을 돕는다. 이때 물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반응은 리튬산화물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반응과 유사하다. 따라서 인공광합성 촉매를 써서 리튬공기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전한 것이다.
연구진은 리튬공기전지 내부의 전해액에 ‘코발트가 함유된 폴리옥소메탈레이트(Polyoxometalate, POM)’라는 인공광합성용 촉매를 분산 도포했다. 그 결과 전기화학적인 산화-환원 반응이 촉진됐다. 전해액에 포함된 코발트는 전해질 용액 내부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어서 전극 내에 고정시켜 사용하던 기존 고체 촉매보다 효율이 더 높아졌고, 이는 리튬공기전지의 용량과 수명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촉매인 폴리옥소메탈레이트가 형광등 같은 생활의 빛에서 촉매 활성을 잃어버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독특한 특성은 빛으로 촉매 활성을 자유자재로 켜고 끄는 ‘광 스위치’로 발전시킬 수 있다.
류정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 광합성 모사 기술을 리튬공기전지의 촉매 기술에 응용한 독특한 시도로 향후 인공광합성 기술을 신개념 전지 기술에 적용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리튬공기전지 기반의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신진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전문학술지 ACS 카탈리시스(ACS Catalysis)에 6월 25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