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영국에서 교수로 일하게 됐습니다. UNIST 개교했던 2009년 말부터 이곳에서 연구하면서 학교와 함께 성장한 것 같아 더 기쁩니다.”
에너지공학과 출신 시바프라카시 생고단(Sivaprakash Sengodan) 박사가 영국 명문대학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ICL)’의 재료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임용일은 오는 10월 1일이며, 8월 말부터 한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할 준비를 한다.
ICL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세계적인 명문대학이다. 특히 공과대학은 영국의 MIT라 불리며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한다. 유럽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벨상 수상자도 14명이나 배출했다.
생고단 박사는 ICL의 교수로 임용된데 대해 “신진 연구자들이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대학에서 새 출발을 하게 돼 기대가 크다”며 “그간 UNIST에서 연구해왔던 연료전지 분야의 연구 성과 덕분”이라고 임용비결을 밝혔다.
연료전지는 수소나 탄화수소를 연료로 써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 장치로, 그 시장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생고단 박사는 박사 과정 동안 연료전지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촉매와 전극소재를 개발하는 뛰어난 성과로 주목받았다. 인도에서 고분자(polymer)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점을 생각하면, 연구 분야가 크게 달라졌지만, 그게 오히려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생고단 박사는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절친한 친구가 한국을 권했고 가장 먼저 연락이 닿았던 곳이 UNIST의 김건태 교수였다”며 “연료전지는 고분자 연구와는 달랐지만 미래를 위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매료됐다”고 연구 분야를 바꾼 계기를 밝혔다.
그는 2010년 박사학위 과정으로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연료전지 연구에 뛰어들었다. 박사 학위를 받던 2015년에는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LPG 등의 천연가스를 직접 연료로 써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전극 물질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연료전지 대중화를 크게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성과가 모여 2015년에는 화학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리액스 상(Reaxys Prize) 후보 10인에 오르기도 했다.
김건태 교수는 “생고단 박사는 늘 과감하게 도전하고 새로운 성취를 이뤄온 제자”라며 “UNIST가 첫 걸음을 때던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제자라 임용 소식이 더욱 반갑고, 영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이어갈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생고단 박사는 영국에서도 연료전지 분야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어느 정도 연구기반이 마련되면 배터리 분야로 연구영역을 확장할 생각도 갖고 있다. 또 학문적 스승인 김건태 교수와도 교류하며 UNIST와의 인연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처음 본 UNIST는 아기 같았는데, 어느덧 거인처럼 크게 주목받는 기관이 됐다”며 “그동안 지도해준 김건태 교수와 UNIST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하고 앞으로도 더 좋은 연구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생고단 박사 외에도 UNIST에서 공부한 외국인 동문들은 해외 각국에서 교수 및 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3년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학생이, 올해 초에는 필리핀 출신 학생이 각각 모국의 명문대 교수로 임용됐다. 현재 UNIST에는 2018년 7월 기준 386명의 외국인 학생과 연구원이 머무르고 있다. 학부생 198명, 대학원생 120명, 연구원 68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