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가 자꾸 작아지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도 더 작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래핀을 비롯한 2차원 물질들이 차세대 전자재료로 주목받는 이유다. 작년부터는 ‘전이금속 칼코젠 화합물(TMDs)’들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재료로 활발히 연구 중이다. 이 물질은 그래핀처럼 전도성이 강하기만 한 게 아니라 조성에 따라 반도체로도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순용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전이금속 칼코젠 화합물 중 하나인 텔루라이드(텔루륨 화합물)를 고품질,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또 수분에 취약한 전이금속 칼코젠 화합물을 보호할 ‘그래핀 봉지막’의 기능을 향상시킬 방법도 찾아냈다.
전이금속 칼코젠 화합물은 주기율표에서 6족에 해당하는 전이금속인 몰리브덴(Mo)이나 텅스텐(W)을 16족 원소인 황(S), 셀렌(Se), 텔루륨(Te)과 결합한 물질이다. 이중 텔루륨을 섞은 2차원 층상소재는 최근 독특한 원자 배열과 새로운 물리현상들이 관측되면서 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텔루륨 원자의 반응이 낮고 안정성이 떨어져 텔루륨 기반의 TMDs 제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권순용 교수팀은 텔루륨이 다량으로 포함된 금속합금(CuxTey, AuxTey) 액체 방울 속에서 전이금속 텔루라이드 핵을 생성해 성장시키는 새로운 공법을 개발했다. 이 공법을 이용하면 500℃ 이하에서 단시간에 막대 모양의 텔루라이드를 제작할 수 있다. 특히 금속 액체 방울 속으로 유입되는 전이금속 전구체의 양과 종류를 조절하면 텔루라이드 나노벨트의 성분비로 자유자재로 저절할 수 있다.
곽진성 신소재공학부 연구교수는 “새로운 성장공법은 고순도, 고품질의 전이금속 텔룰라이드를 제조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만 예측됐던 텔루륨 계열의 TMDs 소자 구현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ㅕ”이 물질은 소재 자체에 독특한 밴드 구조를 가져 위상절연체 트랜지스터나 나노소자 내 연결소재, 상변이 메모리 등에서 크게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은 또 TMDs처럼 수분에 약한 나노물질을 그래핀을 이용해 보호하는 ‘그래핀 봉지막’ 기술도 향상시켰다. 봉지막(Encapsulation)은 공기 중 수분에 취약한 전자소자 내 활성층을 보호하고 장시간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쓰이는 기술이다.
그래핀은 다른 물질을 잘 통과시키지 않는 비투과성 덕분에 봉지막으로 쓰기 효과적인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화학기상증착법(CVD)으로 제작한 그래핀의 경우는 수분이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어 이를 개선할 연구가 필요했다.
연구진은 CVD로 생산한 그래핀에 묽은 염산을 처리해 그래핀 내에서 수분을 투과하는 부분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그래핀의 주름이 주요 수분의 통로임을 밝히고, 이 부분에 전자빔을 쪼여 비정질 탄소층을 증착하는 방법으로 그래핀 봉지막을 강화시켰다.
조용수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대면적 CVD 그래핀에서 수분의 투과 특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그래핀의 주름이라는 걸 밝힌 연구”라며 “수분이 어디서 빠져나가는지 시각적으로 밝히고, 이를 전자빔을 조사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권순용 교수는 “금속 액체방울을 이용한 텔루라이드 나노벨트 제조 기술은 향후 1차원 물질과 2차원 물질이 융합된 신개념 나노소자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래핀 수분 투과 통로를 시각화하는 조사기술은 향후 그래핀 봉지막의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두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모두 재료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저널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7월 2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특히 그래핀 봉지막의 기능 향상 기술은 속표지로도 선정됐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사업(전략과제, 신진연구)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