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Co)가 비싸지면서, 배터리의 가격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코발트 양을 줄이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이 꼽히는데, UNIST(총장 정무영) 연구진이 관련 대안을 제시했다.
조재필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중대형 배터리에 적합한 양극 소재인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성능을 향상시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합성한 양극 소재는 표면 처리가 필요 없고, 기존보다 더 오래 쓸 수 있으며, 후공정이 단순하다. 특히 코발트 함량을 크게 줄여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조재필 교수는 “전기차를 비롯한 중대형 배터리용 양극 소재는 가격이 싸고 많은 에너지를 담아야 한다”며 “새로운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용량이 큰 장점을 유지하고 단점을 개선한데다, 코발트 함량도 최소화한 원천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1그램(g) 당 250밀리암페어(mAh)가 넘은 전기 에너지를 담는다. 현재 알려진 양극 소재 중에서 방전 용량이 가장 크다. 그 덕분에 전기 자동차(EV)나 대형 에너지 저장장치(ESS)에 적합한 양극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지속적인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작동 전압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는 배터리 성능을 크게 저하시키는데, 이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원인 규명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재필 교수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미세구조를 바꿨다. 구조적으로 안정도화가 낮은 니켈을 미세구조 내에 많이, 또 무질서하게 존재하도록 내부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또 고온에서 물질을 합성해 니켈의 구조 안정화도를 더욱 낮췄다.
제1저자인 명승준 UNIST 이차전지 연구센터(Battery R&D Center) 박사는 “무질서한 원자 배열이 산소와 전이금속 간 결합성을 높여 리튬이 지속적으로 드나들어도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켰다”며 “리튬 양이 많아져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차세대 고에너지 양극 소재로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로 합성한 ‘무질서 구조의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은 기존에 비해 전압강하율이 82% 줄어들었다. 또 현재 EV나 ESS에 주요 양극 소재로 사용되는 물질(NCM622, NCM811)에 비해 용량도 20% 이상 늘어났다. 이 물질의 코발트 함량도 기존 소재보다 20% 이상 적게 사용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조재필 교수는 “리튬과잉 전이금속산화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전압강하를 원자 배열의 무질서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개선했다”며 “코발트 함량을 최소화한 고에너지 밀도 양극 소재라 가격경쟁력이 확보된 데다 전체 공정이 비교적 간단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개발한 양극 소재는 ‘저가형 고에너지 밀도 소재’로서 중대형 ESS에 성공적으로 적용 가능할 것”이라며 “차세대 양극 소재 개발과 배터리 성능 저하를 이해하는 폭넓은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울산광역시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